어제(25일) 오전,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이 경기 안양서에서 수원지검 형사 3부로 송치됐습니다.
충남 보령에서 유력한 용의자 정씨를 긴급체포해 이런저런 물증을 확보한 후 정씨를 구속한지 6일 만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여러 날 밤을 새가면서 수고하신 경찰 형님들의 노고가 이번에도 빛을 발하긴 했습니다만..어째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최근 한창 관객몰이를 했던 영화 내용처럼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 내부의 갈등 때문에 말입니다.
문제 없는 조직이 어디 있겠습니까.
경찰만 무조건 잘못이란 얘기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민생치한의 최전선에 있는 조직이어서 그 실망스러움이나 답답함의 정도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사족을 달기 전에, 며칠 전 뉴스에 소개됐던 글의 전문을 한 번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한 경찰이 언론사에 보내온 글]
우선 이번 실종사건을 담당했던 직원으로서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에 검거된 정성현은 수사초기 단계부터 용의선상에 올랐습니다.
수사초기 가가호호 방문하여 탐문했을때 이미 5일 정도 집을 비웠던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주변에서도 이상하다고 말했던 인물이었으니까요.
더욱이 아시다시피 동네 부녀자를 성추행 하려 했었다는 제보도 있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실수가 있었습니다. 최초 정성현을 만나 실종당일 행적을 확인했을때 자기는 당일 대리운전을 했다고 말했는데 저희가 정성현의 말만 믿고 대리운전 회사에는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5일 이상 집을 비운 이유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조차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집안은 확인은 했지요 육안으로만....냉장고도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그냥 수사에서 배제했습니다.그렇게 1차 탐문은 실패를 했습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군포수사본부 담당형사가 군포, 수원 도우미 실종사건 용의자가 우예슬, 이혜진이 살고 있던 안양 8동 주변에 살고 있다고 제보를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수사를 했지요, 이번에는 압수, 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아서 집안을 수색하고 루미놀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사배제 했지요.
그렇게 2차 수사도 실패했습니다.
그 후 새로운 청장님이 수사본부에 오셔서 말씀했지요. 원점에서 재수사하라고요.
특히 독거남은 다시 하라고, 그러던 찰나에 지방청 청장과의 대화방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군포에서 정성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사람 여동생인데 이번 사건 범인이 정성현인거 같으니 정확히 조사를 해 달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조사를 했지요.
그러나 결과는 수사배제 그렇게 3차 수사도 실패했습니다.
자, 이 시점에서 범인 정성현이 빌린 렌트카는 어떻게 찾게 되었을까요?
3차 수사까지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렌트카 관련 수사가 갑자기 나왔을가요?
렌트카 담당수사팀은 강력4팀이었습니다. 앞에 정정현 당담팀은 강력1팀 이었고요.
렌트카 담당팀은 2월 초부터 렌트카 담당수사를 했는데 거의 형식적으로 했지요.
총 몇개 업소에서 몇명이 빌렸는데 수사할 예정이라는 등....
사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렌트카는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아서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지휘부에서(폭력계장, 강력계장,과수계장) 안양벤처텔에서 17시경에 찍힌 cctv에 실종자와 꼬마아이.
그리고 그 뒤에 검정옷을 입은 사람이 따라가는 모습이 찍혔다면서 꼬마아이와 검정옷 입은 사람을 찾으라며 1개월을 그 수사에 매진했거든요..
대다수의 형사들이 cctv에 찍힌 여자아이는 실종자들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지휘부에선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허송세월을 보냈지요..
그러다가 앞에 강력1팀에서 정성현의 이름이 너무 자주 나오이까 아주 우연하게도 강력4팀에서 확인을 한 겁니다. 이미 1개월 전에 뽑아두었던 안양관내 렌트카 대여명단을 그제서야 그냥 우연히 확인을 한거죠, 혹시 렌트카 대여명단에 정성현이 있나해서요..
그런데 있었습니다. 12. 25에 빌린 것이 나온거죠. 정성현은 1월초부터 수사를 했고, 렌트카 대여자는 2월초에 명단을 받고 수사를 했음에도, 3월이 되어서야 렌트카 대여자 명단에서 정성현의 이름을 발견하거죠..그리고 그 차를 찾아서 감식을 2번이나 한 끝에 혈흔을 발견했죠.
그리고 국과수에 의뢰했죠. 그 때까지만 해도 정성현에 대한 수사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설마 설마 했죠. 정성현의 12. 25일 당일 행적은 정확히 확인하지도 않고 정성현의 말대로대리운전을 한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정말 아니다 싶었던 거죠.
그런데 국과수에서 1차 구도 통보가 왔습니다. 이혜진의 DNA와 일치한다고요..갑자기 바빠졌죠.
형사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성현의 당일 행적부터 확인을 제대로 해서빠져나오지 못할 증거를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지휘부(특히 강력계장, 과수계장)에서 그냥 잡아오라는 겁니다. 혈흔이 나왔으니 잡아와서 족치면 다 자백한다고 정말 어이가 없었죠.
정성현이 말고도 렌트카를 빌린 사람이 9명이 더 있었는데 그들도 확인해보지 않고 무조건 정성현이를 잡아오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성현에 대한 수사가 하나도 없이, 그리고 렌트카를 빌렸던 사람들 조사 하나없이 정성현을 긴급체포해서 검거해 왔습니다.
역시나 정성현은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놈은 잡힐 때부터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고 자기를 때려달라더군요.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습니다.아무리 달래고, 윽박질러도
자기는 죽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예상했던데로 자기가 대여한 차량에서 혈흔이 나왔다고 자기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까지하더군요, 갑자기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죠,
뭐 들이밀 증거가 있어야지 추궁을 하지요어이없게 이때부터 정성현의 당일 행적을 재수사하고, 대리운전 회사에서 출근사실, 그리고 9명의 렌트카 대여자들을 긴급히 수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인 드라마 처럼 자백을 받아냈지요. 정말 극적으로요...그리고 영장청구 몇 시간을 남기고 예슬이 사체도 찾았지요. 담당검사도 이런 드라마 같은 수사가 어딨냐고 묻더군요.
정말 어이 없다고, 전 검사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맞는 말이니까요.
정말 하늘에 있는 혜진이와 예슬이가 도와서 사건이 해결된 것이었지요.
대강 수사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이번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60명의 형사들이 수사를 하면서 결국 한, 두 명의 의지대로만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그게 결국 부실수사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수사본부에는 지방청에서 폭력계장, 강력계장, 과수계장이 지도관이라는 명목에 나왔습니다.
실질적으로 안양서 형사과장이 중심을 잡고 수사를 지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수아비 처럼 지방청 지도관들 의사에 따라 움직였지요
왜? 안양서 형사과장은 경대 6기고, 강력계장 경대1기, 과수계장 경대2기, 폭력계장 경대4기 선배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기 선배들이 말하는 것에 토시하나 달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형사들의 의사는 전달이 되지 않았지요, 자기들이 수사 다 망쳐놓고 이제와서 안양서에 책임을 넘기고...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재할 2부장의 눈과 입은 강력계장, 폭력계장, 과수계장이 다 막아 놓고 가장 기본적인 선증후포 원칙도 무시한채 앞에는 허수아비 안양 형사과장을 내세워
실질적으로 수사를 진행시켰죠.ㅎㅎㅎ 무조건 잡아와서 조지랍니다. 이게 언제쩍 이야깁니까...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와중에 3. 15 저녁에는 과수계장이 술에 취해서 안양 직원들도 있는데 수사본부내에서 지방청 과수계 여경에게 이년아, 저년아 하면서 행패까지 부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안양 형사과장은 선배라서 말도 못하고, 폭력계장은 나이많은 강력1팀장에게 검사와 사건 조율했다고 경찰하지 말고 검찰이나 하라고 막말이나 하며, 이번 특진은 강력1팀은 배제한다고 떠들고 다니고, 그걸 또 옆에서 지켜본 안양 형사과장은 선배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정말 슬픕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수사는 60명이 했어도 결국 한 두사람의 경찰대 선배들 분위기에 따라서 수사가 진행된 것입니다. 하고싶은 말이 있었도 말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사회의때 한 사람 한 사람 차근차근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오늘 수사대상자를 왜 한명 밖에 수사를 못했다고 많은 직원들 앞에서 면박이나 주고, 그러다 보니 심도있는 수사보다는 하루에 많은 사람을 수사했다고 허위보고나 하고...ㅠ.ㅠ 그래서 정성현의 당일 행적도 놓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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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공적다툼에 등 터지는 건 애먼 시민이거나 일선에서 뛰는 계급 낮은 형님들입니다.
이런 것 지적해대는 기자라고 뭐 얼마나 다르고 대단하냐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어렵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적습니다.
정씨는 두 아이를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 조사에서 정씨가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한 2004년 군포 여성 살해사건은 이번에 송치된 사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 씨의 진술을 제외하곤 딱히 이렇다할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긴급체포로 용의자를 잡아 둘 수 있는 시간은 48시간인데, 그 시간 안에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그럼 용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기회를 주게 되는 거죠.
이번 사건의 피의자 정씨처럼 주도면밀한 인물은 그럴 가능성이 더더욱 크다고 봐야합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나요.
다행히 이번 사건은 전모가 드러나고 피의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만, 아직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계시겠지요.
검찰로 송치되는 정 씨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동안 참 찜찜하다 싶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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