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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공세" vs "달라이라마 평화공세"

티베트(시짱.西藏)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유혈 시위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티베트 사태가 중국의 언론 공세와 달라이 라마의 평화 공세가 대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베이징 주재 외신 10여개사는 26일 중국 외교부의 인솔아래 시위의 진원지인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의 현지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라싸로 떠났다. 중국이 티베트 사태가 발생한 이후 라싸를 외신기자들에게 공식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티베트 사태에 대한 무력 진압을 중단하라는 서방의 가중되는 압력 속에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라싸 개방과 때를 같이해 서방 언론들이 티베트 사태를 왜곡 보도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고 한 독일 방송은 오보를 사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의 달라이 라마는 국제 여론과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지인들을 등에 엎고 평화 공세로 맞서고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인 오스카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중국에 달리이 라마에 대한 비난을 중단하고 그와 협상하라고 촉구했다고 AP등 외신이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5월 영국 방문에 이어 8월 프랑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의 언론공세 =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신기자들이 라싸 현지실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10여명의 출장취재단을 조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18일 외신기자들이 라싸에서 일어난 일을 볼 수 있도록 현장 취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친 대변인은 "이들 외신기자는 26일 출발해 범죄행위 피해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비롯해 피해현장을 참관하고 관련자들을 직접 취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 사설에서 100여개 국가가 중국의 티베트 주권을 인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외신들도 공정보도를 하고 있는데 영국 BBC, 미국 한 TV방송, 독일의 한 방송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태도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따졌다.

신화통신은 25일 "영국 BBC는 구급차가 나오는 화면을 내보내면서 '군대가 주둔했다'고 했고 독일의 한 언론은 인도 경찰의 시위진압을 라싸 상황으로 둔갑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독일의 뉴스 전문 N-TV 방송은 지난 20일 방영된 티베트 소요 사태 관련 보도에서 중국 경찰의 시위진압 장면이라고 소개한 화면과 사진이 실제로는 네팔 경찰이 카트만두에서 발생한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하는 것이다며 편집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고 사과했다.

◇달라이 라마는 평화공세 = 코스타리카의 아리아스 대통령은 달라이 라마가 자신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과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서한에서 "우리는 마주 앉아 문명 사회의 일원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투투 대주교도 중국에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난을 중지하고 그와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달라이 라마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인 오는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낭트에서 열리는 불교 회의에 참석해 연설할 계획이다.

프랑스 소재 티베트 망명단체는 달라이 라마의 방문 기간에 프랑스 정부인사들과의 회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에 앞서 오는 5월에는 영국을 방문, 티베트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찰스 왕세자와 고든 브라운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서방의 압력 가중 = 프랑스 정부는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25일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 라마 야드 인권담당 국무장관 등이 잇따라 가세해 중국정부에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U 의장국인 슬로베니아의 안드레이 로가르 주제네바 대사는 25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진행 중인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티베트 시위 사태에 대한 무력 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이에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도 가세했다.

로가르 대사는 발언을 통해 "우리는 중국 정부가 시위와 관련된 티베트인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시위자들도 폭력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티베트 시위대 구속 = 중국 검찰은 라싸에서 시위대 29명을 구속했다. 중국 시짱일보(西藏日報)는 26일 라싸시 인민검찰원이 25일 낮 12시 현재 티베트 시위대 29명을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공안기관은 지난 14일 라싸에서 유혈 폭력시위가 발생한 이후 티베트 시위대 280명이 자수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제네바.파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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