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정모(39)씨는 왜 처음 자신의 범행 동기를 '교통사고'라고 주장했을까요. 성추행이라는 진짜 동기를 숨겨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안양 초등생 실종.살해사건의 피의자 정씨가 범행 동기를 자백하기까지 범죄심리분석관들(프로파일러)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줄 알았던 프로파일러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혜진(11).우예슬(9)양 살해 사실을 인정하고도 범행 동기를 함구해 수사관들을 애태웠던 피의자 정씨를 설득한 인물은 경찰청에서 급파한 범죄정보지원계 범죄행동분석팀의 권일용(42) 경위.
권 경위는 지난해 3월16일 실종됐다 40일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제주 양지승(9)양 사건 때도 범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 조속한 검거에 일조한 바 있다.
1989년 경찰에 입문, 1993년부터 과학수사팀에서 현장감식요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현장 감식을 반복하면서 범죄자 유형에 따라 범죄 행동이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8년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현장 감식을 반복하다 보니 범죄자 유형에 따라 범죄 행동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러한 점에 착안, 범죄 행동이 내포하는 의미를 자료화한다면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초기 단계부터 범인에 대한 중요 단서를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파고들게 됐습니다."
당시 경찰청 과학수사실장을 맡고 있던 윤외출 경정이 권 경위의 이 같은 생각을 이해하고 2000년 2월 경찰청 범죄정보지원계로 발령, 다양한 사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그의 프로파일링 기법 향상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번 사건의 초기단계부터 참여한 그는 피의자 정씨가 범행 동기를 계속 번복한다며 수사팀이 도움을 요청해오자 20일 정씨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으며 행동분석을 통해 정씨의 특성을 파악, 수사팀이 심문 전략을 세우도록 도왔다.
그는 "정씨가 성(性)적인 동기를 숨기려 했던 것은 자존감을 지키려는 방어심리 때문이었다"면서 "정씨의 이 같은 심리를 파악, 수사팀이 정곡을 찌르는 심문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위에서 이번 사건을 프로파일러 혼자만의 힘만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 "범인을 검거, 수사를 벌인 수사관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이어 "피해 아동들이 희생돼 안타깝지만 또 다른 살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외국 드라마처럼 현장만 보고 용의자를 집어낼 수 있지 않다"라며 "사건들이 종결될 때마다 범인의 성장 배경 등을 수집.분석해 자료화하는 숨은 노력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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