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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유아범죄엔 '무방비도시'

혜진양 피살사건, 우리사회 헛점을 드러내

지난해 성탄절 날 경기도 안양에서 실종됐던 여자 어린이 두 명 중 이혜진양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가 '어린이 납치 살해'라는 잔혹 범죄에 치를 떨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방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지만 어린이를 유괴·납치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나 범인색출 시스템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유괴 발생을 막기 위한 법률적인 보호장치 보장, 유괴예방을 위한 안전교육 강화, 유괴범 추적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할 때 = 2004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린이 유괴, 납치살해 사건이 잇따르자 "국가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어린이들이 범죄대상이 되는 것은 우리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여기에 미 연방의회는 유괴, 납치사건의 비상경보체제인 엠버경보(Amber Alert)를 50개 주(州) 전역에 의무화하는 법안을 심의해 통과시키고 2천5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아동범죄에 발 빠른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비해 2005년 13건이던 어린이 유괴사건이 2006년 18건에 달하는 등 어린이 유괴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지난해 4월 어린이 유괴를 막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에 폐쇄회로 TV(CCTV)를 설치토록 의무화하는 조치 등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 5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 5건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 및 학생보호구역 내에 CCTV를 반드시 설치토록 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유괴예방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또 수사기관은 아동범죄 전문수사팀 및 유괴범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전기통신사업자는 아동유괴 수사 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을 경우 즉각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1년이 다 돼 가도록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며 언제 처리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안 의원은 "어린이들이 유괴·살해 등의 강력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대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한 국가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국회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공공장소 CCTV설치가 사생활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허지만 지난해 2월 인천 초등생 유괴사건의 범인을 발생 사흘 만에 검거할 수 있었던데는 CCTV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학교주변, 놀이터, 통학로 등에 CCTV를 확대설치한다면 범인 조기 검거와 범죄예방에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이 실종사건의 경우 장기화 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사건의 특성상 한꺼번에 많은 인력을 신속히 동원해야 하며,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경찰에 전담수사반이 하루 빨리 편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14세 미만 아동에 대한 미귀가 신고는 모두 8천62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59명이 아직도 미귀가 또는 실종 상태에 있다.

이처럼 매년 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실종되고 있다면 경찰 내에 실종 또는 미귀가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수사반의 편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8월 '어린이 유괴사고 근절을 위한 제1차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던 한국생활안전연합의 정윤경 정책개발국장은 "어린이 유괴예방을 위한 노력은 가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온 사회가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어린이 사고가 우려되는 곳에 CCTV를 설치하고 학교와 유치원에서 상황별 납치 시나리오를 어린이들에게 교육해 유괴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터득하는 현실적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납치·유괴를 피하는 노하우 = 경찰청은 지난해 '아동 유괴 및 실종예방 가이드' 1만500부를 전국 초등학교와 유치원, 은행 등에 배포했다.

경찰청이 제시한 납치·유괴 예방법은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 것 ▲이름, 나이, 주소, 전화번호, 부모 이름을 기억할 것 ▲밖에 나갈 때는 누구와 어디에 가서 언제까지 있을 것인지 알릴 것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다.

어린이들이 밖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즉시 큰 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도록 교육하고 부모도 자녀의 신체특징이나 동선(動線), 친한 친구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경찰은 자녀가 납치됐을 경우 범인의 협박만 믿고 신고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며 납치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생활안전연합에서는 유괴의 표적이 큰 만큼 어린이 혼자 다니지 않도록 할 것과 어린이의 소지품에 신상명세가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 어린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 주변의 위험지역을 미리 인지시킬 것 등을 제시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어린이 유괴 사건을 줄이려면 미국과 같이 국가 차원의 유괴방지 시스템을 가동하고 학교보호구역 확대와 통학길 안전 확보 등 교육 당국의 법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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