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네는 가족을 잃고 우리 학교는 헤진이를 잃었습니다. 혜진아, 부디 범죄 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거라."
14일 아침 실종 70여일 만에 끝내 주검으로 발견된 이혜진(11)양이 다니던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
이윤형 교장은 수업 시작을 앞두고 무거운 표정으로 임시 방송조회를 시작했다.
"혜진이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를 그토록 간절히 빌었는데 처참하게 희생됐다는 통보를 받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교장은 3분 남짓의 짧은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면서도 몇 번이나 목이 메이는 듯 말을 멈췄고 묵념을 마친 뒤에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같은 시각 혜진이가 배정된 5학년 3반 교실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4학년 때 혜진이와 단짝 친구였던 신슬비(11)양은 묵념이 끝나자 화장실로 달려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고 친구 5∼6명이 부둥켜 안았다.
슬비양은 "어젯밤 뉴스를 보고 혜진이 얼굴이 생각나 밤새도록 울었다"면서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혜진양과 함께 실종된 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우예슬(9)양이 배정된 3학년 3반 교실에도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이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이날 명학초등학교는 등교길 풍경부터가 여느 때와는 달랐다.
교사들은 모두가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고 아이의 손을 붙잡고 교문을 들어서는 학부모들이 유난히 많아 보였다.
딸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안주연(36.주부)씨는 "혜진이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서 당분간은 등하굣길을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교장은 교직원 조회를 통해 장례를 마칠 때까지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검은색 정장 차림을 유지하도록 교사들에게 당부했다.
교사들은 유가족이 빈소를 설치하면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함께 조문하고 인원을 나누어 빈소를 지키기로 했다.
이 학교 1층 현관 한쪽 벽에는 각각 교사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실종 어린이 찾기 비상대책위원회' 조직표와 함께 이 교장이 범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붙어 있었다.
이 교장은 편지에서 "두 아이의 부모님과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가슴을 헤아려 보았느냐"고 물은 뒤 "기어코 범인을 잡아 다시는 이 땅에서 유괴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대꾸하지 말고 신속히 피하라'는 당부가 적힌 '어린이 생활 수칙'은 아동 유괴와 같은 잔혹한 범죄가 세상을 얼마나 어둡게 만드는지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안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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