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원자재 파동'…중소기업 집단행동 이어지나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이 납품중단, 조업 중단을 불사하며 연이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물업계가 납품중단에 들어간 데 이어 레미콘 업계가 생산중단을 선언했으며, 원자재가격으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여타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할 태세다.

대부분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거래 관계에서 약자인 탓에 원자 재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원가 상승이 채산성 악화로 곧바로 직결 되기 때문이다.

◇ 주물업계 이어 레미콘 업계 집단행동 = 레미콘 조합은 12일 여의도 국회의사 당 앞에서 조합원사 임직원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궐기대회를 갖고 레미콘 가격의 인상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주물업계에 이어 두 번째.

레미콘 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도산위기에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지난해와 비교해 시멘트가격이 30%, 자갈이 26%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가격은 2004년 이래 제조원가를 밑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4년 35개, 2005년 29개, 2006년 28개, 지난해 21개사가 도산했으며 앞으로도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한 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여있다고 주장한다.

레미콘 업계는 특히 원료인 시멘트 제조사나 제품인 레미콘을 납품하는 건설사 모두 대기업이어서 가격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가 힘든 실정이다.

특히 중소레미콘업체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경우 입찰방식 이 바뀌어 상황이 더 힘들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민수와 관급의 비율은 7대 3 정도인데, 민수의 경우 대기업 레미콘업체가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차지해 중소레미콘 업체는 관급공사에 목을 메고 있는 실정이 다.

그러나 계약방식이 단체수의계약에서 중소기업간 경쟁입찰로 바뀌고 난 뒤 일부 레미콘업체만 낙찰받아 중소레미콘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것.

특히 관급공사에서 전년 대비해 110%로 입찰수량을 제한했던 관행이 지난해 감사원 지적에 따라 사라짐에 따라 이 같은 일부업체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조합 관계자는 설명했다.

레미콘 조합 관계자는 "2004년 이래로 제조원가 이하로 생산하고 있는 레미콘 업계는 이제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레미콘 가격을 원자재 가격 변동과 연동해 적정한 가격을 보장해야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집단행동 다른 업종으로 번지나 = 사상 최고치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는 유가로 인해 플라스틱 업계도 최악의 상황을 맡고 있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11일 업계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대책회의를 갖고 일단 관급 공사라도 납품가를 올려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조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2-3개월 만에 폴리에틸렌 등 원료 가격이 40~45% 올라 제품가격이 최소한 30%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업계는 특히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일단 원료를 받은 뒤 그 다음달에 재료 가격을 통보받는 독특한 거래방식으로 인해 재료값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한 플라스틱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가격 거래를 하는 사이에도 원자재 가격이 뛰어 올라 이 상태로 가면 50% 이상 기업이 문을 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어제 회의에서 우리 업계도 공장문을 닫더라도 집단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 가격 협상에 정부 적극 개입해야 = 중소기업이 원자재가격 파동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은 중소기업의 60%가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도급 기업인 탓이 크다.

대기업과 거래관계에서 '을'인 중소기업은 자신의 제품가격을 '갑'인 대기업의 재량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기업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경우 원가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납품가격을 오히려 깎아 중소기업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에 따라 납품단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납품 가격을 원자재가격과 연동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도 '표준하도급계약서'나 '대·중소기업간 협력적인 계약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에서도 '단가 변동사유가 발생할 때 단가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지침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인들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해야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사적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법률 개정을 꺼리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법제화를 검토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실장은 "원자재난이 당분간 해소될 기미가 안 보여 중소기업인들은 한두 달 원가 절감해서 넘길 수 없다고 판단,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며 "대외적인 충격이 올 경우 그에 상응에 단가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