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장애인과 범죄수배자들을 선원으로 팔아 넘긴 일당이 검거돼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해경에 검거된 황모(50)씨 등 4명은 생활정보지에 월 200만~400만 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내고 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을 이른바 노예선 선원으로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씨 등에게 속아 팔려간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장애인, 범죄수배자들로 서해안 외딴 섬의 양식장과 염전에서 일하거나 이른바 노예선에서 새우잡이 작업 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예선은 자체 동력이 없어 예인선에 의해서만 이동이 가능한 어선을 일컫는 속칭으로 노동강도가 워낙 높아 하선하는 선원이 속출하자 배의 동력을 제거한 뒤 6~7개월씩 바다에 머물게 해 탈출시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 배를 말한다.
노예선에 갖힌 선원들은 음식물을 공급하는 배에 의존해 바다에 머물며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견뎌내야 한다.
이들이 6개월 이상 바다를 떠다니며 일을 해 손에 쥐는 돈은 500만 원 남짓.
해경 관계자는 "이마저도 인신매매 조직에 바가지를 써 일주일 내로 탕진하고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돈을 다 써버린 선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또 다시 노예선에 오르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는게 해경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경은 서해안 일대 새우잡이 어선의 50~60% 가량이 노예선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인신매매의 형태로 선원을 충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예선 선원들은 육지에 있을 때도 감시의 눈길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황 씨 등은 전북의 한 아파트를 빌려 이들을 감금했으며 달아나지 못하도록 주점 등과 연계해 거액의 빚을 지게 했다.
이들은 또 언제든지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선원들에게 휴대전화를 강제로 구입하게 했으며 금액을 적어 넣지 않은 차용증에 서명을 받아 보관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선원들의 발을 묶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노예선 선원으로 팔아넘긴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27)씨의 행방을 추적하던 해경에 꼬리를 잡혔다.
황씨는 권 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노예선 선원으로 팔아넘겼으나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한 권 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 해경에 이들을 검거할 단서를 제공했다.
해경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기억속에서 인신매매라는 단어가 잊혀져 가고 있지만 서해안 일대에서는 선원의 인신매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인신매매를 뿌리뽑겠다"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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