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는데요.
켈러와 설리번이 처음 만난 것이 1887년, 이 사진은 두 사람이 만난지 1년 정도 뒤에 찍은 거라고 합니다.
ap는 특히 켈러가 들고 있는 '인형'에 주목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이 켈러에게 처음 가르쳐 준, 즉 손바닥에 처음으로 써보였던 단어가 바로 '인형'이기 때문입니다.
또 켈러가 다양한 인형을 갖고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는데, 정작 인형이 등장한 사진은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진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설리번 선생님이 켈러를 바라보는 눈빛이 인상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며, 헬렌 켈러가 쓴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 생각났습니다.
자신의 글에서 켈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제일 먼저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30페이지 남짓되는 길지 않은 수필인데, 그 중 일부를 옮겨 적어 볼까요.
" (전략) 내가 만일 단 사흘만이라도 앞을 볼 수 있다면, 가장 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동안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내 눈을 어떻게 써야 할까. 셋째 날이 저물고 다시 어둠이 닥쳐올 때, 이제 다시는 자신을 위한 태양이 떠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러분은 압니다.
자,이제 그 사흘을 어떻게 보내시렵니까? 여러분의 눈길을 어디에 머물게 하고 싶습니까?
... (중략)...
첫째 날에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있게 해준 사람들을 보고 싶습니다.
먼저, 어린시절 내게 다가와 바깥 세상을 활짝 열어주신 앤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얼굴 윤곽만 보고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꼼꼼히 연구해서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부드러운 동정심과 인내심으로 극복해낸 생생한 증거를 찾아낼 겁니다.
또한 선생님의 눈빛 속에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강한 개성과 내게도 자주 보여주셨던 전 인류에 대한 따뜻한 동정심도 보고 싶습니다. ...(후략)"
서로 비슷했던 위인전과 교과서 속의 헬렌켈러만 알고 있던 저에게 몇 년 전에야 처음 읽게됐던 켈러의 이 수필은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 귀중한 글이었습니다.
헬렌 켈러가 직접 쓴 자서전 'the story of my life'에는 헬렌 켈러의 심리 상태와 설리번 선생님과의 만남이 생생히 기록돼 있는데요, 앞서 사진에 '인형' 이 등장했으니 인형과 관련된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 그 무렵 내게는 늘 끌어안고 어루만지다가도 마구 때려대며 화풀이를 해대곤 하는 낸시라는 이름의 인형이 하나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낸시는 도움의 손길이라고는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내 애증의 희생양이나 마찬가지 신세였다. 입혀놓은 옷 또한 이만저만 남루한 게 아니었다.
내게는 낸시 말고도 말도 하고 울기도 하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기도 하는 인형이 여럿 있었지만 불쌍한 낸시만큼 사랑한 인형은 없었다. ..."
"...일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날이 있다면 바로 이 날, 내가 앤 맨스필드 설리번 선생님을 만난 날이다.
무엇으로도 측량할 수 없으리만치 대조적인 우리 두 삶이 이렇게 연결되다니, 생각할수록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1887년 3월 3일, 만 일곱 살을 꼭 석달 남겨놓은 때였다....
(중략).... 혹 바다에서 짙은 안개를 만난 적이 있는가? .... (중략)... 바야흐로 내게 교육이라는 게 시작되려 할 즈음 내 모습이 꼭 바다에서 안개를 만난 배와 같았다.
그러나 내게는 나침반도 측연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항구로 찾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빛을! 제발 나에게 빛을!" 내 영혼은 그저 소리없는 외침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한줄이 사랑의 빛이 마침내 나에게 이른 것이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니일 거라고 생각하며 손을 뻗쳤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러더니 나를 끌어당겨 양팔로 꼭 감싸안았다.
그?람, 사물의 비밀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내게 사랑을 주려고 예까지 찾아온 사람이었다...."
"... 인형을 가지고 제법 놀았을 즈음 설리번 선생님은 내 손에 천천히 '인형'이라고 쓰셨다.
나는 곧 이 손가락 놀이에 흥미를 느꼈고 그대로 흉내내려고 애썼다.
...(중략)... 어느날 나는 새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선생님은 내 무릎에 누더기가 다 된 크고 낡은 인형을 올려놓으시곤 '인형'이라고 쓰셨다.
선생님은 내게 새것이든 헌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똑같이 '인형'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싶으셨던 것이다..."
이렇게 '인형'이라는 말로 시작된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배움과 가르침은 어느 날 '사랑'이라는 주제에 이릅니다. 켈러는 '사랑은 무엇'이냐는 의문을 갖고 햇살, 꽃의 달콤함, 태양 등등을 상상하지만, 정의를 내리지 못해 답답해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나기가 내린 뒤 헬렌은 설리번 선생님에게 묻습니다.
"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부 특유의 찬란한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선생님 사랑은 이런 건가요?"
"그래. 맞아. 사랑은 햇살이 비추기 전 끼어 있던 구름 같은 거란다."
당시의 나로서는 이 짧은 문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셨다.
"헬렌, 너도 알겠지만 우리는 구름을 만질 수는 없단다. 그러나 비를 만질 수는 있지. 한낮의 무더위에 시달려 목마른 대지와 꽃들이 이 단비를 받아 마시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도 알잖니. 사랑도 꼭 그렇단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모든 것 위에 부어지는 그 달콤함만은 느낄 수 있지. 사랑이 없다면 행복하지도 뭘 하고 싶지도 않을 거야."
이 아름다운 진리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과 사람의 영혼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이 영혼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
흑백 사진 한 장에 담긴 사연을 블로그에 다 담기에는 너무나 기네요.
더 자세한 내용은 켈러의 자서전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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