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계속)
이원복 교수한테 들었던 말 중에 기억남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와인 상식 가운데 많은 부분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국가로부터 비롯된 것일뿐 보편성을 띤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굳이 거기에 얽매여 따라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거죠. 물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적절한 의전을 따지는 분위기에선 좀 챙겨야하는게 있긴 하겠지만요.
"와인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건 절대 없거든요. 잔을 뭐 허리에 잡든 잔볼을 잡든 잔 밑둥을 잡든 그건 당신맘이죠.^^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리고 '이것이 와인이다'라는 편견을 버리고 편하고 즐겁게 즐기는 것이 와인을 산 보람아니겠어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보통 와인 잔볼이나 밑둥을 받쳐잡으면 잔 온도 상승으로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 아닙니까? 와인 서적들에 그렇게 나와있죠. 이 교수 얘기는 그 잠깐 잡는다고 와인 온도가 올라가봤자 얼마나 올라가겠냐는 겁니다.
그런데 듣자하니 이런 생각이 드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아니 자기가 무슨 와인 전문가도 아니고, 만화가가 와인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서, 나서길'
이원복 교수의 작업실에 가니 세계 각국의 와인책이 즐비했습니다. (이 교수는 영어,독어,프랑스어,일본어를 합니다) 이 교수는 <와인의 세계>를 쓰느라 관련 서적 50여권을 읽고 프랑스 와이너리에 가서 와인 만드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왔다고 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와인은 몇 년 전부터 쭉~마셔왔구요.
일본의 저명한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입출력비가 100대1은 돼야한다'고 말했습니다.(<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서문 中) 책 한권 쓰려면 100권은 읽어야한다는 얘기죠. 이원복 교수가 그 정도에는 못미쳤습니다만 이 교수는 이번 책을 쓰면서(다른 책도 마찬가지라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결국 '자료와 전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와인에 대해 충분히 자료를 모으고 다시 분류,종합하는 과정말입니다.
쉬운 건 어렵게 나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우리가 와인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그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와인 책을 사서 들춰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 안외워지더군요. 관심이 안생기면 그러나봅니다. 와인 마시면 머리도 아프고.
달포 전에 한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 성남아트센터 예술감독을 만났는데, 밥 먹다 와인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분이 오스트리아에서 몇 년 살다온 분입니다. 와인께나 마셔본 분이란 얘기죠. 그런데 이 분도 우리의 와인 문화에 혀를 차면서 이런 얘길하더군요. "와인은 유럽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숭늉과 같은 겁니다"
와인에 관심과 애착이 가서 취미 생활로까지 승화시킨 분들이 아니라면 그냥 즐기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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