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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평가가 뭐길래

올해 실시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진단평가. 예년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초등학교 4~6학년(3월11일 시행)과 중학교 2~3학년(3월6일 시행).

이들이 치르는 진단평가는 기본적으로 학습부진 학생을 선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도교육청별이나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실시됐지만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문제를 출제합니다. 국가 차원의 시험이 된다는 것입니다. 

단, 시험실시와 인쇄,채점 등은 시,도교육청 책임으로 이뤄집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학년별 1%의 성적만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 판단에 따라 全數가 치를 수도 있고 일부 학교만 치를 수도 있습니다.

시험 과목은 국어,수학,영어,과학,사회. 영어에는 듣기 평가가 포함됩니다. 1%의 성적을 제출받은 교육부는 성취 기준을 설정하게 됩니다. 성적은 '도달'과 '미도달' 두 가지로만 분류됩니다. 답안지를 맞춰보면 자신이 몇 점을 받았는 지는 알 수 있겠지만, 석차 등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3월6일 시행).

이들의 진단평가는 지난해 시,도교육감 합의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출제한 문제로 치러집니다. 이름하여 '전국 연합 중1 진단평가'입니다.

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5과목. 언뜻 보면 문제 출제의 주체가 교육부가 아닌 서울시교육청이라는 점만 다릅니다. 하지만 논란의 초점은 성적 통보 방식에 있습니다.

일단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별 개별 과목 점수와 평균 점수, 그리고 과목별 학교 평균 점수와 응시생 전체 평균, 응시생 중에서의 석차 백분율 등을 성적표에 기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자신이 서울에서 몇 % 안에 드는지, 학교에서 몇 % 안에 드는지 알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교사가 해당 학생의 수준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래야 좀 더 효과적인 수준별 교수와 학습이 가능하다"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예비 중학생 박 모군. 박 군은 얼마 전부터 학원에서 제작한 진단평가 대비 문제집으로 문제풀이 특강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2시간 정도씩 공부를 한다. 엄마랑 (시험 대비) 문제도 같이 풀고 있다. 석차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담이 좀 된다"

예비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중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쳐 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이 학생은 몇 점 짜리, 몇 등 짜리, 전국 몇 % 짜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또 다른 학부모. "사실 나름대로의 스케줄대로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뛰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도 안 뛸 수 없게 된다. 기본적으로 학원에서 엄청 긴장시킨다. 겁을 주는 것이다. 첫 시험이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을 좌우한다고. 처음부터 밀리면 만회하기 어렵다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정말 학원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과장이 아닙니다. 서점 한 구석은 입시 업체들이 내놓은 '중1 진단평가 대비 문제집'들이 차지했습니다. 온라인 사교육 업체들은 이미 수차례 모의고사를 실시하면서 대략 6년 동안 '고객'이 될 학생 확보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시교육청은 시도별,학교별 비교자료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학교 평균 점수가 성적표에 기재되는 순간 학교간 우열이 드러나고, 줄을 세우는 누군가가 있게 마련입니다. 사교육 업체들은 불안해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입니다. 시장 확대의 好機이기 때문입니다.

학원 원장의 얘기입니다. "학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다 잘한다고 듣고, 그렇게 믿는다. 그러다가 중학교 올라가서 성적표에 점수가 찍히면 부모들은 뒷통수를 한 대씩 맞기 마련이다. 수준이 갑자기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간극을 학원이 메워주는 것이다. 진단평가 점수 공개되면 학교 선생님들도 자극받을 것 아닌가? 학부모들이 가만 안 놔둘 것이고, 그러면 선생님들도 더 노력할 것 아니냐? 사실상 공교육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사교육 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뭇 여유로운(?) 걱정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엄살이라고 하나요?

올 10월과 11월에는 중학교 1,2,3학년 모두 '전국 연합 학업 성취도 평가'라는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성적 공개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교육 관련 정보공개법의 개정에 따라 '중1 진단평가'처럼 개별 점수와 석차 등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제1항은 이렇습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에 대한 모든 갑론을박,이념과 관점의 차이는 헌법 31조의 해석차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전후해 교육계를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는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에서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 분위기 반전이 급할수록 흐름 전환에 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혼란은 커지게 돼 있습니다. 중1 진단평가를 놓고 '누군가 뛰기 시작했고 옆에서 뛰니까 같이 뛰지 않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휘어잡고 있습니다. 제도가 바뀌면서 겪게 마련인 마찰적인 혼란일 지, 만성적인 논란의 대상이 될 지 지켜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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