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한 달 전 수준이지만, 낙폭은 넉달만에 최대입니다. 어제 국내 상황만 본다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있기는 했지만, 6원 넘게 하락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달러화가 유로화를 비롯해 주요 통화에 대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약세를 보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어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한때 유로 당 1.5047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저치인 유로 당 1.5144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습니다. 특히 오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하원 청문회에서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데 반해, 유럽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심화됐습니다.
%로 보면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한해 12% 폭락한 데 이어 지난 3주 동안에만 4%나 빠진 것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추가 금리인하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하고 지난달 도매물가지수가 예상치보다 두 배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온 것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동안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나마 남아있어 달러화 가치에 어느정도 플러스가 됐었지만 이런 경제 지표들이 기대감을 무산시킨 것입니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을 늘려 돈의 희소성을 감소시킵니다. 또 금융시장 불안과 맞물려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들고 이는 더욱 달러화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속적인 달러화 가치 하락은 유가부터 곡물가격까지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늘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 당 102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상품가격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고유가,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불러오고 결국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인하 행진이 멈추면 달러화 가치 하락도 어느정도 진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이 우리 경제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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