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지만 각 부처는 새 장관 내정자가 청사 밖에 임시로 마련한 사무실에서 업무지시를 하는 '원격조정 정부'로 시작하게 된다.
정부 조직개편 협상이 늦게 끝나 장관 청문회는 빨라야 28일에나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직원들은 기존 장.차관들을 청사 내에 모신 채로 공식 업무처리를 하고 청사 밖의 새 장관 내정자에게는 각종 현안보고 외에 청문회 준비도 도와주는 번거로운 두 집 살림을 당분간 하게 됐다.
여기에 새 정부의 부처내 조직구성이나 사무실 배치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말로만 새 정부 출범이지 아직 어수선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 강만수 내정자 은행회관에 집무실
24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2일 인수위 활동을 끝내고 이번 주부터는 명동 은행회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당분간 청문회 준비 및 정책방향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기존에 경제부총리가 시내에 볼 일이 있을 때 사용했던 그 집무실이다.
일단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인수위에 파견 나갔던 직원들로 팀을 구성, 강 내정자 옆에 붙어있도록 했다. 하지만 필요할 경우 과천에 있는 실.국장들도 시내로 출동하게 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단 청문회가 끝나 정식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강 내정자가 시내에 머무르기 때문에 인수위팀을 중심으로 강 내정자를 보필할 계획"이라며 "다만 3월 이후 주요 업무계획 중 강 내정자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각 실.국장이 직접 강 내정자에게 설명하고 지시를 듣게 된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가 시내에서 청문회 준비를 하는 동안 과천청사에는 권오규 장관과 김석동 재경1차관, 임영록 재경2차관이 정상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당초 권 부총리와 김석동.임영록 차관은 이달 중순 이후 차례로 이임식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새 정부 장관 내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공직생활이 며칠 더 늘어났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총리와 차관들이 국회 일정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등 평상시와 다름없이 충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새 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가 끝난 29일쯤 이임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임이 늦어지면서 김석동 재경1차관의 경우 이달 말 부인과 함께 떠나기로 예정돼 있던 해외여행을 급하게 취소, 비용을 제대로 환불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처의 경우 장병완 전 장관이 이미 총선출마를 위해 사직을 했기 때문에 반장식 차관이 당분간 이명박 정부와 함께 일을 하게 됐다.
기획처 간부들은 당분간 과천에 있는 기획재정부 간부회의에 참석했다가 서초동 청사로 되돌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새 당선자에 보고를 하려면 명동에도 가야하기 때문에 세집살림을 하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과천 청사내에 간부들의 사무실을 임시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런 혼란기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이윤호 내정자는 생산성본부서 "규제완화" 일성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20일과 21일에 걸쳐 광화문 인근 생산성본부에서 통합될 지식경제부 관련 전 부서와 산하 청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으나 아직 외부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내정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이명박 당선인의 직접 소개가 있기 전까지 잠행을 했던 신중한 행보와 비슷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신중한 행보와 달리, 업무보고 과정에서 MB노믹스의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점검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내정자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하며 "규제완화 문제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혀 산자부는 내주 별도로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준비할 계획이다.
비단 MB노믹스의 노선문제가 아니라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시절부터 규제 전수조사 등 재계의 입장에서 규제완화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산자부 관계자는 "이 내정자의 내주 주임무는 인사 청문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보좌도 아직까지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하고 "청문회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인 업무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 정운천 내정자는 농수산물유통공사로 출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는 지난 19일부터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aT)로 출근, 정책홍보관리실장과 농산물유통.농업정책.농촌정책국 등의 간부와 실무진을 차례로 불러 청문회 준비를 겸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농업벤처 CEO 출신답게 농산물 소비촉진 방안 등 농식품 관련 정책.사업 현황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임상규 장관도 거의 날마다 1급 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상 집무중이라 농림부 직원들로서는 장관 내정자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이중 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떠나는 장관 입장에서도 바뀐 정권 아래 자리를 지키고 있기가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또 일단 현직에 있는 한 적극적으로 나서 퇴임 후 진로를 모색하기도 어려운 처지라, 실질적 권한 없이 연장되는 임기 며칠이 그리 달갑지도 않다.
실제로 임 장관은 최근 "나도 나름대로 일정이 있는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향에 돌아가 후학을 기르고 싶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미뤄, 전라도 지역 대학 등 학계로 진출하는 일정에 다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공정위는 아직 현 체제 그대로
공정위는 아직 위원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현 권오승 위원장 체제로 새 정부의 출범을 맞게 됐다.
새 정부가 장관급 위원회 수장에 대한 인사를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체 여부나 시기, 후임자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가운데 `설(說)'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해도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 업무 공백이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유임이든, 교체든 조속히 확정지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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