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하루 앞둔 24일 초대 내각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국이 급속히 대치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4.9 총선'을 불과 한달 보름 앞둔 상황에서 장관 내정자들의 재산 문제가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오는 27∼28일로 예정된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측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편법 증여.탈세, 아들의 재산.병역 의혹 등이 불거진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에도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 2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총리 임명 동의안 표결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부동산 과다보유, 재산 축소신고, 자녀 이중국적, 논문표절 등의 논란에 휩싸인 일부 각료 및 청와대 수석 내정자를 장관 인사청문회 이전에 자진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청문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강하게 압박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과 한나라당은 청문회에서 재산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청문회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총선을 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오전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천심사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새 정부 탄생을 축하하고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뒤 "그러나 작금의 새 내각 임명이나 인수위 활동을 보면 우리가 무조건 협조하는 게 결코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본인들이 일제히 해명에 나섰지만, 오로지 궤변으로 일관해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부동산 과다보유와 관련, "박 내정자가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땅을 사랑하는 분이 왜 절대농지에서 농사를 안 지었나"라며 "우리 모두 땅을 사랑하지만 땅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남편이 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기쁜 마음에 오피스텔을 선물했고, 일산 오피스텔은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사라고 해서 샀다는데 오피스텔이 무슨 과자나 아이스크림이냐"고 되물으며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수많은 집없는 서민을 울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를 겨냥, "`영주권 가진 게 무슨 죽을 죄냐'고 했다는 데 죽을 죄도 아닌데 왜 한달 전에 부인의 영주권을 포기시켰냐"고 묻고 "박미석 대통령실 수석 내정자의 경우 표절의혹이 있는 세 논문들을 보면 낱말만 다르게 연결하는 방법론으로 쓴 논문"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가 논문 중복 게재와 표절 의혹에 대해 `청소년, 복지 문제에 대한 열정으로 봐달라'고 해명한 데 대해 "살다보니 표절을 열정으로 봐달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면서 "김 내정자는 공금유용 의혹도 `잠시 보관한 것'이라고 했는데 해명이 국보급"이라고 따졌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열어 철저히 검증하자는 입장"이라며 "검증도 하기 전에 예단만 갖고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유기이며 총선을 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측의 일부 장관 및 수석 내정자 사퇴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은 사퇴문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위법.탈법 행위를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라면 별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며 "재산이 많다는 것이 흠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문회의 기본 목적이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하자는 것이지 도덕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일반인보다 좀 더 많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완전한 인간을 뽑아낼 수 없다"고도 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어떤 도덕적 흠결이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진다면 그때는 당연히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지금은 철저히 검증해야 지 미리 사퇴하고 예단을 갖고 하면 안된다"면서 "내정자의 명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도덕적.법적 흠결을 밝히자"고 요구했다.
박은경 내정자의 농지 보유와 관련,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큰 흠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박 내정자의 경우 절대농지를 취득했더라도 주말농장을 하려고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춘호 내정자의 부동산 과다 보유에 대해서도 "주로 상속받은 땅이고, 일부 매수는 있지만 투기라고 볼 수 없고, 사는 것은 위법한 방법이라면 비난할 수 있지만 본인 돈으로 사는 것이야 주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당선인측도 "어차피 청문회라는 제도의 틀이 갖춰져 있는 만큼 거기서 재산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라며 "청문회 상황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강재섭 대표는 지난주말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증이 완벽하지 못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시정하고, (장관 내정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청문회 전이라도 바꿔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당선인측에서 시정해야 한다"고 밝혀 `온도차'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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