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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산악인 엄홍길, '산과 하나되어 오릅니다'

김미화U, 남극대륙 빈슨메시프 등반 영상 최초 공개

"산을 오를 때는 제가 산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산을 오를 수 있고, 산이 저를 받아줘야 정상의 자리를 밟을 수 있고 또 살아서 내려올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산이기에 산에 갑니다. 산이 있으므로 제가 존재하는 것이고, 제가 있으므로 산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산이 저라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야서 남극까지' 세계 최초로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이 18일  SBS김미화의 U에 출연해 남극 빈슨메시프 등반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고 진솔한 인생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엄홍길, 남극 최고봉 '빈슨메시프' 완등

엄홍길 대장은 지난 12월 28일 남극 최고봉인 빈슨메시프(4,897m)를 완등했다. 그는 이로써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개의 봉우리와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유일무이의 산악인이 됐다. 엄홍길 대장은 당시 등반 소감에 대해 "산에 대한 고마운 마음, 모든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빈슨메시프의)설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전했다.

엄홍길 대장의 말에 따르면 빈슨메시프는 고도가 4,897m밖에 안되지만 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가기 때문에 히말라야 6,000m급과 견줄 정도라고 한다. 그는 크리스마스 직후 남극 패트리엇힐에 도착,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날아 고도 2,100m의 빈슨메시프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그리고 12시간 만에 산 정상에 올라 남극 대륙 최고봉 정복에 성공했다.

그는 최초로 공개한 등반 영상에서 산을 오르는 대장정의 일부를 소개했다. 직접 눈을 쌓아 간이 화장실을 만드는 장면,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눈과 얼음으로 바람벽을 만드는 장면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남극 특유의 '백야 현상'으로 고생이 심했다고 밝혔다.

         

엄홍길 대장은 이와 관련해 등반 중 종종 겪을 수 있는 '고산병'에 대해 설명했다. 보통 고도가 높은 산을 타게 되면 3,000m 이상, 예민한 사람일 경우 2,000m 이상부터 고산병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낮보다 밤에 많이 나타나고 두통이나 구토, 무기력증,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안나프루나 등반 중 오른쪽 발목 180도 돌아가는 중상에도 기적처럼 일어서

그는 이러한 고산병 뿐 아니라 생과사를 오가는 등반을 계속 했던 이유에 대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엄홍길 대장은 그간 험난한 산들을 오르며 겪었던 일화도 털어놓았다. 그는 수년 전 안나푸르나를 오르던 중 7,600m지점에서 오른쪽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다. "억지로 발목을 제자리로 돌린 후 팔꿈치와 무릎으로 눈바닥을 기며 2박 3일만에 산에서 내려 올 수 있었다"며 당시 살아 돌아온 일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처음에는 내게 시련을 준 산을 원망했지만, '분명히 살아 돌아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산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네 번의 실패' 끝에 등반에 성공한 안나푸르나에서 동상 때문에 엄지발가락을 자르는 고통을 감수하기도 했다.

엄홍길 대장의 가슴을 무엇보다 아프게 한 것은 먼저 세상을 떠난 10명의 동료들이었다. 특히 지난 2004년 에베레스트에서 사고로 생을 마감한 동료 박무택 대원의 시신 수습을 위해 다시 에베레스트를 찾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듯 위험천만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을 계속하했던 이유에 대해 엄 대장은 "나에게는 정한 목표가 있고, 꿈이 있다"면서 "성공은 실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섰기에 살아돌아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엄홍길 대장이 이렇듯 '기적의 산악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머니의 지극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좋을 때 그만둬야지"라며 요즘도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산다는 어머니에게 엄 대장은 "내 위주로 생활하다보니까 너무 죄송하고, 어머니께는 내가 불효자다"라고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인생의 산을 올라야겠다"…히말라야 휴먼재단 등 설립 추진

엄 대장은 마지막으로 "그동안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고 이제 도시로 내려왔으니, 인생의 산을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먼저 간 동료들을 지원해주는 히말라야 휴먼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여유가 되면 히말라야 산자락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나 보건 시설들을 지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의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도봉산 산자락에서 자라며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산을 타기 시작했다는 산악인 엄홍길씨(49)는  20대 후반이었던 1985년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했다. 1,2차 도전에 실패하고1988년 세번째 도전에서 등정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그는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등반에 38번 도전, 20번 정상을 정복했다. 최근 빈슨메시프 등정으로 히말라야 16좌,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그는 기네스북에 기록 등재를 추진 중이다.

관/련/정/보

◆ 엄홍길 대장, 빈슨메시프 등반 영상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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