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불명'의 국제적 기념일 밸런타인 데이를 맞은 중동에선 물밀듯이 밀려오는 서양 문물의 홍수 속에서 이슬람권의 가치관이 혼재돼 있다.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밸런타인 데이를 '불온한 날'로 규정, 종교경찰을 동원해 단속에 나섰다.
아무리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우디라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양 풍속과 이슬람에 벗어나는 사고방식이 확산하는 것이 대세다.
사우디 현지 신문 '사우디 가제트'에 따르면 종교경찰이 지난 주말 밸런타인 데이의 선물로 인기있는 선물가게와 화원을 방문해 경고문을 전달했다.
경찰은 선물가게를 급습해 빨간색 상품을 보이는 대로 압수하기도 했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비(非)이슬람 기념일을 맞아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죄악이란 것이다.
특히 밸런타인 데이는 미혼인 남녀가 부도덕한 관계를 맺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게 사우디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는 "같은 이슬람 사회가 맞나"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온통 축제의 분위기다.
두바이 시내의 대형 쇼핑몰은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대대적인 판매에 돌입했으며 연인끼리 주고 받는 기념카드도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두바이의 고급 호텔에선 이달 초부터 예약받기 시작한 밸런타인 데이 저녁식사 자리가 이미 대부분 매진됐다.
사우디의 한 여교사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남편과 함께 13일에 두바이로 가서 밸런타인데이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사우디와 완전히 딴판인 두바이의 이런 풍경은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이 전체 거주자의 80% 이상인 탓도 있지만 두바이 정부의 종교를 초월한 자본주의 정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바이 쇼핑몰들은 비단 밸런타인 데이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와 힌두교의 최대명절 디왈리 , 한국·중국인의 명절인 설 등 종교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특별 판매'를 한다.
물론 일부 토착민들은 비 이슬람적 풍습에 젖어드는 세태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의 경제 우선주의 앞에선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쏟아지는 서양 문물 속에 이슬람의 근본을 잃지 않겠다는 사우디와 "돈만 벌 수 있다면 외래문화도 상관없다"는 두바이의 밸랜타인데이는 이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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