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사건의 피의자가 2년 전 창경궁 방화 사건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의 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숭례문 방화 혐의로 긴급체포된 채모(70)씨는 1년여 전 자필로 쓴 `오직하면 이런 짖을 하겠는가(오죽하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창경궁 방화 판결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채씨는 2006년 4월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휴대용 부탄가스통을 이용해 문정전 왼쪽 문을 태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채씨는 편지지 3장 분량인 이 글의 절반 가량을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데 할애했다.
채씨는 편지에서 "철거당한 후 약 2개월 있다 창경궁에 놀러갔다가 불난 (곳에서) 가까이 있다고 해 아무 증거가 없는데도 방화범으로 몰렸다"고 주장했다.
채씨는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했는데 검사가 '뒷모습이 나와 같으니 방화범이다. 가스를 샀으면 그냥 갖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며 억울해했다.
채씨는 이어 "`판사님 과학수사를 해달라'고 해도 해주지 않는다. 변호사 말이 법에서 방화범으로 몰면 하는 수 없으니 거짓 자백을 하고 나오는 게 제일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과 사위조차도 변호사가 시키는 대로 거짓 자백을 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이 채씨의 주장이다.
채씨는 "정부나 법에서는 옳은 말은 들어주지 않고 거짓말은 그렇게 잘 들어주는지 조사도 해보지 않고 변호사 말을 100% 믿는다"며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채씨는 마지막으로 "나는 억울하다. 사회에서 약한 몸에 무거운 죄가 양 어깨를 누르고 있고 처한테 이혼당한 나. 거짓 자백을 권유하고도 아버지 잘못... 세상이 싫어진다. 자식이라도 죄인이 아니라고 믿어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채씨는 또 이 편지에서 경기도 고양 일산에 있는 자택 부지가 신축 아파트 출입도로에 포함되면서 받게 된 보상금이 적다는 데 대한 불만도 조목조목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