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청와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내정자 인선 결과가 10일 발표됐다.
지난해말 대선 직후부터 기초 검증작업에 돌입해 지난달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본격화된 청와대 수석 인선은 발표 직전까지도 최종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진통과 혼선을 거듭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박영준 비서실 총괄팀장 등 극히 제한된 인원으로 '인선팀'을 꾸려 막판까지 '철통보안'을 유지한 채 작업을 진행했고, 이날 오전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수석 내정자를 일일이 소개하는 등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 결과를 놓고 특정 지연과 학연에 편중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각료 인선에서 이를 어떻게 만회할 지 주목된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 이날 발표된 수석비서관 명단에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인물들이 올랐다는 게 이 당선인측 평가다.
이 당선인이 제시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 기준에 크게 손색이 없다는 자평을 내놓을 정도.
외교안보수석에 내정된 김병국 고려대 교수는 동아일보 창업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손자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 및 관료들과 두터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수석 내정자인 김중수 한림대 총장은 문민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냈으며,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국내 최고의 거시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인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는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초대 서울복지재단 대표로 '서울사랑 나누미' 봉사활동을 주도했으며, 민정수석 내정자인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문민정부 시절 '율곡비리 사건' 등 사정수사 실무를 담당한 '특수수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들도 여럿 수석비서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새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가를 올린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가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내정됐으며, 정부조직개편 작업을 주도한 박재완 정부혁신.규제개혁TF 팀장은 정무수석을 맡게 됐다.
대선때부터 이 당선인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려온 곽승준 기획조정분과위 인수위원은 국정기획수석으로 기용됐고, 언론인 출신으로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를 강조하며 인수위의 '입'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한 이동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도 대변인을 맡게 됐다.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5년전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수석은 재야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많이 발탁됐으나 이번에는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를 뒷받침할 전문가들이 기용됐다"면서 "작고 강한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 측근은 "일각에서 이번 수석 인선에서 학자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고 있으나 꼼꼼히 따져보면 내정자들은 '백면서생'과는 거리가 먼 '현장형 인물'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무수석 막판까지 '진통' = 이 당선인은 당초 지난 3일께 수석비서관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자리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일주일 가량 늦췄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무수석의 경우 당초 KBS이사 출신의 김인규 비서실 언론보좌역을 사실상 내정했지만 본인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다"며 끝까지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현역 의원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중심당 출신의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권오을 의원, 윤원중 전 의원과 '제3의 초선의원' 등이 검토대상에 올랐으며, 결국 낙점은 박재완 의원이 받았다.
이와 관련, 이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무수석 인선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저는 박재완 수석을 일찌감치 마음에 두고 있었다"면서 "국회, 정당, 내각 등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다방면에서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고 부드러운 성격의 박 수석을 내정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의원은 인수위에서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여야간 협상과정에도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인선작업 초기에 국정기획수석으로 거론되다가 사회정책수석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뒤 결국 정무수석에 내정돼 '멀티플레이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휴기간에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로부터 정무수석에 기용될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정식으로 내정 통보를 받은 것은 오늘 아침"이라고 말해 막판에 기용이 최종 확정됐음을 시사했다.
정무수석과는 달리 교육과학문화수석(이주호 의원), 민정수석(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대변인(이동관 인수위 대변인) 등은 인선 초기부터 낙점이 기정사실화된 경우다.
◇교수출신 약진..특정 지연.학연 편중 지적 = 이번 수석 인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학 교수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수석에 김병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제수석에 김중수 한림대 총장, 사회정책수석에 숙명여대 가정.아동복지학부 교수, 교육과학문화 수석에 이주호 의원(전 KDI 교수), 정무수석에 박재완 의원(전 성균관대 교수), 국정기획수석에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이 기용된 것.
법조인 출신의 이종찬 민정수석 내정자와 언론인 출신의 이동관 대변인을 제외한 전원이 대학이나 연구소에 몸 담은 적이 있거나 현재도 재직하고 있는 학자들인 셈.
특히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실장 내정자인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독일 키일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종찬 민정수석을 제외한 모든 수석 내정자들이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4명으로 가장 많고 50대와 60대가 각각 2명으로, 평균 연령은 51.9세였다. 곽승준 경제수석 내정자가 47세로 최연소이며 이종찬 민정수석이 61세로 최연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수석 인선이 지나치게 특정 지역과 학맥에 편중됐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실제 출생지별로 보면 영남권(이주호, 박재완, 이종찬, 곽승준)과 서울(김병국, 김중수, 박미석, 이동관)이 각각 4명으로, 호남, 충청, 강원, 제주도 등의 인사들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아 지역안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북 상주 출신의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까지 합치면 영남권 인사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또 출신대학별로는 서울대가 4명(김중수, 이주호, 박재완, 이동관)으로 가장 많으며 고려대 2명(이종찬, 곽승준), 숙명여대 1명(박미석), 하버드대 1명(김병국) 등이었다.
그러나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현재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남편인 이두희 씨가 고려대 교수여서 이 당선인의 '고대 학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선인측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사는 청와대 내부에서 같이 일하는 인물들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지역이나 학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각료 인선에서는 지역안배 등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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