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색다른 주제로 뉴스비평을 시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뉴스입니다. SBS 뉴스는 얼마 전 노 대통령에 관한 두개의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나는 노 대통령이 자신에게 훈장을 수여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퇴임 뒤에 살게 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사입니다. SBS 뉴스는 이 두 소식을 모두 화제기사로 보도했습니다.
1월 29일 SBS 뉴스는 노 대통령 내외가 우리나라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받게 되었다면서 역대 대통령들 모두가 받은 훈장이지만, 이번에는 수상자와 수여자가 같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무궁화 대훈장은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해서 역대 대통령에게 수여해 왔던 것이 관례였지만, 노 대통령은 임기 중 공과를 평가받아 훈장을 받는 전통을 세우겠다며 취임 당시에 받지 않아, 퇴임을 앞두고 이번에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상훈법이 무궁화 대훈장의 수여 대상을 현직 대통령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훈장 수여를 자신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하고 차기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훈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노 대통령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뉴스였습니다. 대통령 취임당시 자동적으로 훈장을 받던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을 깨뜨린 그의 참신한 결정이나, 최고훈장을 받겠다는 목표 앞에서는 체면은 무시해버리는 그의 ‘마이 웨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한 가지 지적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 자신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자신의 대통령시절 공과에 대한 평가를 맡아 최고훈장감이라고 결정한 것은 체면정도가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조차 무시했다는 것이 훈장이야기의 핵심이었는데 뉴스는 이를 놓쳤습니다. 봉하마을의 공사현장을 보도한 1월 26일 뉴스는 퇴임한 대통령이 살게 될 사저, 현대식 경호실 건물, 대통령의 지인들이 살게 될 연립주택 14가구, 2층 규모의 종합복지관의 공사현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뉴스는 1월 중순부터 공급될 도시가스, 30억 원의 산림청 예산이 투입되는 숲 가꾸기, 김해시가 75억 원의 예산으로 봉하마을을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작업 등도 소개했습니다. 뉴스가 봉하마을 꾸미기와 진영읍 공설운동장 개보수, 그리고 진영읍 문화센터 신축 등에 세금 4백 60억 원을 쏟아 붓고 있다는 비판에 초점을 맞춘 일부 언론과는 달리 사실 보도의 선을 유지한 것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총 공사비 규모, 그리고 4백 평에 달하는 사저의 규모와 노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는 사저 건축비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빠뜨려 화제기사로도 부실한 뉴스가 되었습니다. 뉴스비평, 이번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비판하고, 양심과 소신에 반하는 개편안에는 서명할 수 없다고 말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1월 28일 뉴스를 살펴봅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고, 대통합신당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그의 발언을 두고 ‘몽니’라고 비판하는 일부 언론도 있었지만, 이것은 언론이 아니라 인수위나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볼 때 나올 수 있는 비판입니다. 사실보도로 그친 SBS 뉴스의 태도가 옳았습니다. 그의 발언 역시 역대 퇴임 대통령의 관행을 깬 것입니다. 이것은 퇴임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볼 일이 없을 때에나 가능한 태도입니다. 1월 24일 뉴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학규 신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통일부를 없애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합신당과 손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뉴스는 김 전 대통령이 손 대표에게 50년 정통 야당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는 대목을 빠뜨려 미완성 뉴스가 되었습니다.
SBS 뉴스는 1월 24일부터 나흘 동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소식을 세 차례 보도했습니다. 세계의 경제관련 지도자들이 모인 다보스포럼은 현안인 미국경제 위기에 대응하여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을 가졌습니다. 또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도미니크 칸 국제통화기금 총재, 말콤 나이트 국제결제은행 총재 등 많은 저명인사들의 연설도 관심을 끄는 이벤트였습니다. 특히 "자본주의가 부유한 사람들뿐 아니라 가난한 이들도 만족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개막 당일 빌게이츠 회장의 연설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소개했던 연설입니다. 빌게이츠 회장의 ‘창조적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대안 중의 하나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이런 이벤트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편향된 시각보다는 사실보도가 차라리 낫습니다. 그러나 사실보도만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소수의 신문과 방송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는 풍부한 동영상을 활용하는 방송이 지면의 제약을 받던 신문을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시청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도 많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세우지 않고 사실보도로 시종하는 뉴스는 주목을 끌지 못하는 시대에 들어 선 것입니다.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