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과 유선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4일 통신비 절감 방안으로 요금 할인제도를 발표함에 따라 통신사업자간 요금 할인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이날 SK텔레콤과 KT가 각각 발표한 방안은 '가족할인 요금제'와 '유선전화 결합상품'이 골자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업계 자율적인 통신비 인하 방침 등 전반적인 규제완화와 경쟁활성화 움직임에 부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요금 인하 경쟁은 이동전화의 경우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가 빠져 있어 소비자 전체의 통신비 절감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지배적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만을 더욱 공고히 해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T·KT 조건형 할인 요금제 출시 = SK텔레콤이 이날 발표한 통신비 절감 방안은 ▲가족 할인제도 도입 ▲망내통화 할인율 확대 ▲무선인터넷 월 정액료 할인상품 출시 ▲경쟁 촉진형 결합상품 출시 등이다.
핵심은 'T끼리 온가족 할인제도'로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5명까지 가족 구성원으로 등록하면 가입 연한을 합산해 모든 구성원의 기본료와 국내 음성 및 영상 통화료가 최대 50%까지 할인된다.
기본료 할인율은 가입 연한이 10년 이하이면 10%, 10~20년이면 20%, 20~30년이면 30%, 30년 이상이면 50%가 적용된다.
SK텔레콤은 또 2년 이상 장기가입 고객에게 망내통화 할인율을 최대 80%까지 확대한 'T끼리 PLUS할인 제도'를 3월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무선인터넷 이용 고객의 요금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는 월 1만 원의 정액상품에 가입하면 10만 원 상당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퍼펙트 정액제'가 5월 중 출시된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한 정부 인가 이후 이동전화·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방송 (하나TV, TU)등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묶어 실질적인 요금 절감이 가능하도록 결합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KT는 이날 시내전화 등 일반 유선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정부의 인가가 나는 대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결합상품은 집에서 사용하는 KT 일반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필수로 선택해야 하고, 여기에 KTF 3G 이동전화 '쇼(SHOW)', 인터넷전화(VoIP), 메가TV, 와이브로 등을 선별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
결합약정 기간에 따라 메가패스, 일반전화, 메가TV, 쇼는 기본료의 10%, 인터넷전화는 5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월 9만2천 원 이하를 쓰는 가정의 경우 일반전화, 메가패스 스페셜, 메가TV, 쇼를 결합한다면 20% 이상의 통신비 절감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KT측은 또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족할인 요금제 등 추가적인 할인제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통신업체간 다양한 요금제를 앞세운 무한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가두리형 요금제..통신비 절감 미미" = SK텔레콤이 4일 발표한 통신비 절감방안은 전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본료와 가입비 인하가 빠져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방안이 할인 요금 대상이 가족 구성원간의 통화로 제한돼 '가두리형 요금제'일 뿐이고, 가족구성원 간에도 50%를 할인받으려면 합산 가입 연한이 30년이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MCA의 추선희 간사는 "SKT의 방안은 망내할인 등이 할인 폭이 커지기는 했지만 부가조건이 많다"며 "단지 하나의 요금제일 뿐 가계의 통신비를 근본적으로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이날 발표한 통신비 절감 방안은 시내전화 등 유선전화를 결합상품에 포함했다는 것으로, 이로써 초고속인터넷, IPTV, 인터넷전화, 이동전화(쇼), 와이브로(휴대전화) 등 모든 상품과의 결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KT의 시내전화 등 유선전화 비용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동전화에 비해 요금 불만이 적지만, 이번 KT의 결합상품은 가계 통신비 전체를 낮출 수 있는 방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KT의 방안은 유선전화를 다른 서비스 상품과 묶어서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고객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 그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쏠림현상' 가속화 우려 = 이번 두 회사의 통신비 절감 방안에 대해 결국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로 시장이 양분돼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전응휘 이사는 "SK텔레콤의 이번 방안은 요금인하와 관련이 없고 지배력 강화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망내 할인 폭을 규제해야하는 게 당국의 역할인 데 SK텔레콤의 독점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사업자가 힘을 더 강하게 갖게 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요금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SK텔레콤의 통신비 절감 방안에 대해 후발 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은 "시장고착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세를 펴면서 한편으로는 가족할인 요금제 출시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KTF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가입비가 5만5천 원으로 후발사업자인 KTF와 LGT의 3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가입비를 낮추면 연간 수천억 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이런 것은 하지 않고 요금 인하를 빌미로 독점적 지위를 더욱 굳히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가족할인요금제라는 '약탈적 요금제'를 들고 나와 어쩔수 없이 우리도 서둘러 같은 요금제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의 시내전화 결합상품 출시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등 유선통신사들은 큰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이미 우리는 지난해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면 10%, 또는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하나TV를 결합하면 20%를 할인해 주는 등 사실상의 시내전화 요금인하를 단행, 충분한 요금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KT와의 지분 양수에 대한 정부인가가 결정되면 이동전화와의 결합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요금상품으로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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