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박기', '커튼치기', '품명위장' 등 고전적인 수법에서부터 비닐랩으로 싼 마약을 삼킨 채 밀반입하는 엽기적인 방법까지.. 밀수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를 밀반입하려다 부산세관에 적발된 보디빌딩 선수들은 스테로이드를 책이나 과자처럼 포장해 국제 우편을 이용, 국내로 들여오려 했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이른바 '심지박기'라고 불린다.
'심지박기'는 합판이나 대리석 등을 여러 장 쌓은 뒤 속을 파내고 밀수품을 숨기는 수법. 주로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밀수에 사용되지만 마약처럼 부피가 작은 물품은 책이나 작은 상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심지박기'는 대표적인 밀수수법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컨테이너용 X-RAY검사기가 도입되면서 점차 시도횟수가 줄고 있다. 화물에 빈 공간이 있을 경우 밀도차를 이용해 밀수여부를 검사하는 X-RAY에 거의 100% 적발되기 때문이다.
'커튼치기' 역시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밀수에 주로 이용된다. 컨테이너의 뒷 부분에 밀수품을 싣고 앞 부분에는 마치 커튼을 치듯이 수입신고한 화물을 쌓아 밀수품을 가리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주로 PVC파이프 등이 '커튼'으로 사용됐으나 X-RAY검사기가 도입된 뒤 밀수품과 유사한 재질의 화물이 '커튼'으로 사용되고 있다. '짝퉁' 명품의류를 밀수할 경우 중국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의류를 '커튼'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품명위장'은 화물 자체를 다른 품목으로 속여 신고하는 수법으로 마른고추와 냉동고추처럼 X-RAY 검사로는 가려낼 수 없는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마른고추의 관세율은 270%지만 냉동고추는 27%에 불과해 `품명위장'이 성공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처럼 부피가 작고 여행객을 위장해 들여오는 경우는 더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된다.
여성 신체의 은밀한 부위나 구두 밑창 등에 숨겨 밀수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양주에 마약을 탄 뒤 양주병 채로 반입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최근에는 한 일본인이 비닐랩으로 싼 마약을 삼켜 배 속에 넣은 채로 인천공항세관을 통과하려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갈수록 진화하는 밀수수법에 대처하는 수사기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보'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수 만 명의 여행객을 일일이 조사하거나 컨테이너를 모두 검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전정보만 갖춰지면 거의 모든 밀수시도를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 속에 마약을 넣은 채 세관을 통과하려던 일본인은 사전정보를 입수한 검찰에 의해 설사약을 먹어야 했으며 스테로이드를 밀수하려던 보디빌딩 선수들은 마약 판매국 수사기관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해 체포됐다.
이밖에도 합판이나 대리석, PVC파이프 등 '심지박기'나 '커튼치기'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화물은 특별 관리대상이며 화주의 전과여부, 화물의 출발지와 경유지도 주의깊게 살펴보는 정보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밀수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수사기법도 함께 발달하고 있다"며 "밀수범이 뛰면 수사기관은 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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