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127마리 유기견 아빠의 안타까운 사연

"앞으로 이 녀석들을 누가 보살펴 줄 지 걱정이 앞서네요"

경기도 고양시에서 30년째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김정호(68) 씨.

그는 한달 전 구강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나 정작 자신은 수술비조차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양시 원흥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유기견 127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 씨는 월 20만 원의 생활보조금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어 인터넷 애견동호회와 동물병원의 도움으로 유기견들을 보살피고 있다.

김 씨는 "30년 전 처음으로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 이후 길거리에 버려진 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어느새 식구가 지금처럼 늘었다"며 '유기견 아빠'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적 집에서 키우던 세퍼트를 6.25 때 잃어버렸던 기억 때문에 유기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 유기견 수가 급작스럽게 늘어났다는 김 씨는 "어릴 때는 예쁘니까 데려다 키우다가 커서 밥 많이 먹고 병 들면 버리는 사람들이 밉다"고 말한다.

김 씨의 유기견 돌보는 일은 수준급이어서 설사 등 작은 병을 앓는 개에게는 직접 주사를 놓아 병을 고치기도 하고 털도 직접 깎아 준다.

젊은 시절에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생선중개업소 사장도 했지만 이후 지인의 사업을 돕다 도산하면서 일거리를 찾지 못했고 10년 전에는 이혼으로 가족과의 연락도 끊겼다.

그런데 한달 전 갑작스럽게 암 판정을 받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김 씨는 "나야 괜찮지만 개들은 이제 누가 키울 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탄했다.

김 씨의 사정을 알게 된 한 국내 포털의 유기견 자원봉사 카페인 '마법사(cafe.naver.com/sinji226)' 회원 27명이 모금활동을 벌여 치료비 일부를 마련했지만 400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은 김 씨는 "지금까지 내가 개들을 보살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들에게 얹혀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기견과의 건강한 재회를 희망했다.

(고양=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