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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골키퍼에 형제 골잡이 '우리는 핸드볼 가족'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재경기에서 한 장의 본선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일본 도쿄로 건너온 남녀 핸드볼 대표팀에 가족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여자대표팀 주전 수문장 오영란(36)과 남자대표팀 골키퍼 강일구(32.인천도시개발공사)는 유명한 부부 골키퍼.

오영란이 4살이나 연상인데 이 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눈이 맞았다. 강일구는 "당시 태릉선수촌 뒷산 크로스컨트리를 하는데 우리 둘이 모두 다쳐 뛰지 않고 도보로 산을 올라간 적이 있었다. '아는 누나'였는데 등산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누이가 아닌 연인 관계로 시드니올림픽에 나섰는데 남녀 모두 공교롭게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강일구는 "우리 둘이 사귀어서 남녀 대표팀 모두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오영란, 강일구 커플은 핸드볼인들의 뜨거운 축복을 받으며 올림픽 직후 결혼에 골인했고, 2006년 12월에는 딸을 낳았다.

이번 재경기에서는 남녀가 이례적으로 같은 숙소에 묵게 됐는데, 부부간의 애정 표현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하루 늦게 도쿄에 합류한 남자대표팀이 숙소에 도착할 즈음 오영란은 남편이 잘 도착했는지 궁금했던 터라 후배들과 함께 호텔 로비까지 나와 기다렸는데 이 둘은 잠깐 손을 맞잡았을 뿐 대화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강일구는 "경기를 앞두고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아는 척도 못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어 티를 내지 않으려고 서로 노력한다"며 "그래도 다행인 건 같은 숙소에 있기 때문에 전화통화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부부 골키퍼 말고 '형제 골잡이'도 있다. 남자대표팀의 에이스 윤경신(35.함부르크)과 윤경민(29.하나은행)이 그 주인공.

6살 형인 윤경신은 왼손잡이 거포이고 윤경민은 오른손잡이 슈터다. 형제가 왼쪽과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리며 상대를 꼼짝 못하게 제압하는 것.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온 이들 형제는 이번 재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베이징에도 함께 간다는 각오다.

이들처럼 대표팀에 함께 오지는 않았지만 '핸드볼 가족' 출신 선수들은 또 있다.

여자대표팀 피봇 김정심(31)은 같은 소속팀 용인시청에서 골키퍼를 봤던 김정예와 쌍둥이다. 동생 김정예는 결혼을 하며 현역 은퇴를 했고, 언니 김정심은 여전히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신예 센터백 김온아(20)는 세 자매가 나란히 핸드볼을 했다. 큰 언니 김가나는 대구시청에서 선수를 하다가 현역에서 물러났고, 막내 김선화도 백제고에서 선수를 하고 있다.

남자대표팀의 맏형 조치효(38.바링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핸드볼 가족. 조치효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여자대표팀 피봇을 봤던 민혜숙과 1994년 10월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아이 3명을 낳아 기르고 있는데, 조치효는 "아내와 한국체대 동기인데 3년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가 핸드볼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는데 실업팀에서 뛰다가 아킬레스건을 다쳐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때 부상이 없었다면 결혼도 하지 못했을 뻔 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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