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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미국도 유럽도 걱정

프랑스 SG 은행에서 한 직원이 선물시장 파생상품을 잘못 굴리다 사상 최악의 금융사고를 냈습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파생상품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죠.

도대체 이런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거대한 부실의 시작은 2000년 IT 버블이 꺼지고 2001년 미국이 경기침체를 맞게 되자 경기를 살리겠다며 지나치게 돈을 풀면서 비롯됐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1년부터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6%에서 1%까지 지속적으로 내렸습니다. 이미 장기 경기불황에 빠졌던 일본은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고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보조를 맞췄습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가 오면서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부동산을 사들이며 글로벌 경기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잃어버린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은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 성장 국가들이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전 세계가 빌린 돈으로 잔치를 하게 되면 물가가 뛰게 되는데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싼 물건을 수출해 준 덕에 세계 경제는 고성장 저물가(골디락스) 시대를 향유하게 된 거죠.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바탕으로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든 것입니다.

파생상품이 몇 단계를 거쳐 운용되고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은행과 증권사, 헤지펀드 등에 팔리면서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일부 이 상품을 사들였지만 다행(?) 인지 파생상품 전문가가 많지 않은 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성장 저물가 체제가 한계에 부딪치게 되면서 지난 2004년 말부터 미국이 다시 돈 줄을 죄기 시작해 금리를 5.25%까지 올리자 지난 2006년 말부터 결국 부작용이 터져나왔습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대출 이자는 오르자 빌려쓴 돈 잔치를 하던 소비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한 겁니다. 급매물을 내놓아도 부동산은 팔리지 않자 대출이자를 위해 카드 돌려막기도 나타났습니다.

거품이 낀 주택가격보다 더 많은 대출을 해 준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들이 파산하고 이 파생상품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부실을 껴앉으면서 금융위기로 확산되고 소비가 줄고 기업들은 일자리를 줄이면서 실물경제는 경기침체 위기까지 몰리게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7일 미 하원에 출석해 서브 프라임 부실규모가 5천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숨겨진 부실이 더 나올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실제로 중국은행의 손실이 당초 예상치보다 10배가 넘는 48억 달러로 드러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파생상품으로 만든 채권을 보증해 줬던 채권보증업체는 신용등급이 깎이고 있는데 2위 업체인 암박(AMBAC)이 보증한 액수만 무려 2조 4천억 달러입니다. 채권보증업체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보증한 채권도 동반 강등되면서 부실규모가 천문학적이 됩니다. 채권보증업체에 대한 구제금융 논의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렇게 금융자본주의의 최대 발명품인 파생상품이 세계 경제의 지뢰밭으로 변했고, 금융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것입니다. 물건을 만들기보다 금융기법으로 세계 경제가 커져 온 후유증이 이번에 확인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위기를 풀기위해 미국이 꺼내 든 방법이 유감스럽게도 지난 2001년과 똑같은 방법입니다. 버냉키 미 FRB 의장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며 다시 돈을 풀고 있고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책 명목으로 1인당 800달러씩 세금을 돌려줘 돈을 풀고 있습니다.

지금도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에 적자규모를 늘리고 달러 가치는 더 떨어뜨리는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다시 거품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아마 IMF에서 진작 구제금융에 들어가 환부를 치유할 강도높은 이행계획을 실천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이유로 IMF 대신 중국과 중동, 그리고 우리나라 국부펀드까지 벌어 둔 달러를 통해 미 금융회사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합니다. 또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성장국가들의 두 자릿 수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때문에 세계 경제도 견조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즈의 칼럼리스트 마크 윌슨은 지금의 위기를 보는 시각들이 "어둠 속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식"이어서 위기를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낙관적으로 해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금융위기를 통해 유명세를 탄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도 "지금 상황이 금융위기일 뿐이며 실물경제는 괜찮을 것이란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금융이 거품을 만들어 경제 곳곳을 감염시켰고 그 거품이 터지고 있는데 어떻게 경제가 괜찮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위기는 시작일 뿐이고 이제 유럽이 폭발할 차례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은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거품이 미국보다 세 배 이상 쌓인 곳이고 슬슬 거품이 꺼지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여기에 이미 물가가 중앙은행 목표치인 2%보다 높은 3.1% 여서 함부러 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워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서유럽의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동유럽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1년 전 미국의 이런 사태를 예견한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중국도 물가급등 부담으로 긴축을 강화하고 있어 세계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어려워 졌고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투기자금이 원유와 원자재, 곡물로 몰리며 가격 급등을 이끌고 있어 세계 중앙은행들이 물가와 싸워야하는 힘겨운 여건입니다.

거품 속에 '골디락스(고성장 저물가)'를 향유해 온 세계 경제가 다시 거품을 통해 문제를 풀려하고 있지만 이 방식은 자칫 '스태그 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를 촉발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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