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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경쾌한 오락영화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 네 편이 같은 주에 개봉하며 진검 승부를 펼칩니다.

각 영화들이 총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하고 또 흥행에서 밀리면 체면 구기는 것은 물론 영화사의 존립마저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어느 영화가 승자가 될지 궁금한데요.

각각의 영화들에 대해 짧은 감상을 올릴까 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감독:정용기 주연:박용우, 이보영, 12세 관람가)

일제 강점기가 안녕하고 작별을 고할 무렵 석굴암 불상 이마에 꽂혀있던 3백 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인 '동방의 빛'을 일제가 혈안이 되어 찾고 있다는 가상 역사를 설정으로 출발합니다.

나쁜 놈 편에는 정무총감(김응수)과 야마다 중좌(김수현), 실존인물이었던 친일 악덕 경찰을 염두에 둔 듯한 오덕술(임형준)등이 있고, 우리 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집안 좋은 일본인 사업가로 행세하지만 사실은 도둑에다 사기꾼인 봉구(박용우)와 밤에는 서울 장안을 휘어잡는 재즈가수이자 더 늦은 밤에는 고관대작들 집을 터는 해당화로 활약하는 춘자(이보영)가 있습니다.

여기에 거의 주연급 비중으로 활약하는 미네르빠 지배인과 요리사인 성동일과 조희봉이 있습니다.

 

기본 뼈대는 어렵게 찾은 동방의 빛을 뺏고 빼앗기는 공방전을 담은 액션 어드벤처 형식에 코미디가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애국심에 불타지만 기술이나 경험, 담력이 받쳐주지 않는 독립군 비밀요원인 성동일과 조희봉이 벌이는 애드리브와 슬랩스틱의 코믹 연기가 영화를 재미있게 해주는 큰 힘입니다.

편집의 취사선택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빠진 장면이 있지만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편집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문의 위기 시리즈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쌈마이 코미디로 한국 영화의 질적 수준 하락을 가져오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용기 감독이 이번에는 비난의 장애물들을 비교적 무난하게 피해나가며 수위를 잘 조절했습니다.

특히 성동일이 연기한 인물은 삼류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독립군이기 때문에 아무리 망가져도 최후의 보루는 남아있는 셈이지요. 참으로 영리한 설계입니다. 독립군을 희화하거나 역사의 아픔을 간과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박용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에 올랐지만 이후 [뷰티풀 선데이]에서 심각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쓴맛을 봤던 박용우는 이번 영화에서는 경쾌한 리듬을 잘 타고 있습니다.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한, 서너 번 나오는 액션 신의 긴박감도 훌륭하고 인물들이 주고받는 현대적인 어법의 대사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더군요. 다만 팜므 파탈 비슷한 설정의 춘자는 조금 어정쩡한 것 같습니다.

인물의 매력을 선보이는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그녀의 미모는 빛나지만 왠지 관객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은 다소 부족하고 영화에서도 전반부의 활약에 비해 결말로 갈수록 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오덕술을 괴롭히는 일본인 경찰서장의 출생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식민지 시대의 아픈 역사를 잘 드러내는 장면인데 이 장치를 야마다 중좌에 다시 한 번 적용한 것은 가장 큰 실수로 보입니다. 한번이었으면 적절했을텐데 다시 써먹으니 효과도 반감되고 눈살이 찌푸려 집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진지, 심각, 비분강개에서 벗어나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낸 점과 한국영화로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액션 어드벤처 장르를 무난하게 만들어내 과거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나 요즘 [내셔널 트레져]시리즈가 연상되는 다소 유치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쾌한 오락 영화입니다.

(* .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작품이 연상되는 이 영화 제목은 유감입니다. 영어 제목은 'Once upon a time in Korea'이던데 좀 더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제목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 . 막판에 총을 들고 총감을 공격하는 장면은 주윤발과 비슷한 용모를 가진 성동일의 영웅본색 패러디같은데 정말 살찐, 아니 약간 부은 주윤발이 다시 돌아온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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