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터진 9.11테러는 세계적인 불행의 시작이었다.
수천명의 WTC 희생자들의 비극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의 재앙을 잉태했고, 또 한 쪽으로는 세계경제의 타격을 예고하고 있었다.
9.11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 첨단 무기 판매와 국방 물류 사업으로 큰 재미를 본 업자들을 빼고는 미국은 어쩔 수 없는 경기침체의 그림자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전쟁'이라는 큰 인류적 결단도 대단한 자기 확신 속에 밀어붙이는 부시 행정부에게 저금리와 주택경기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 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중동의 군사 정권 국가와 전면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런 인위적인 부양책이 몰고 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당시 치솟던 국내의 반전 여론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얘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부작용은 2008년 대선을 맞은 공화당의 운명과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한국도 그 피해자인 셈인가?
무서운 전이(轉移)현상
2000년대 초 미국의 정책금리는 1%였다.
시중에는 돈이 넘쳤고, 미국의 중산층들은 훗날 아시아의 어느 나라와 비슷하게 돈을 대출받아 집을 사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대출자 연 소득의 30% 안에서 이뤄진다.
한때 담보물의 7,80%까지도 해주던 한국과는 질이 아주 다르다.
상품은 소득수준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소득이 안정된 사람들이 받는 '프라임 모기지', 신용도, 소득면에서 중간 단계인 사람들이 받는 '알트-A' (alternative-A), 그리고 가장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다.
'서브 프라임'은 '프라임'보다 금리가 2~3% 높다. 그리고 보통 처음 2년은 고정금리였다가 그 뒤 15년에서 28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치솟는 자산가격에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모기지 업체들은 호황을 누렸다.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주택대출업체에 투자하고, 지분을 사들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모기지업체들이 대출금을 자신들이 받지않고, 그 채권을 다른 금융사에 팔아넘기며 자산을 '유동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증권은 우량 할부금융사, 보험사, 은행으로도 들어갔고, 보험사들도 사들였다.
그리고 절대 그래서는 안됐을 시티와 메릴린치 같은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으로도 대리석 바닥을 스며드는 물처럼 흘러들어 갔다. '물'같은 '화약'이 미국 금융권 전체를 촉촉히 적셔놓고 있었던 셈이다. 실로 무서운 '전이'였다.
반전여론 속에 고집스럽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이를 규제하면서 스스로 인기를 잃어갈 리는 만무했다.
위대한 그린스펀의 '통한'
당시 1%였던 미국 정책금리는 작년 한때 5.25%까지 올랐다.
2004년 이후 17 차례 금리가 인상됐다. 2002년말 3.4%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전체 주택대출 가운데 비중은 2006년에 이미 13.7%가 됐다.
거품은 꺼질 수 밖에 없는 만큼, 미국 집값도 급락하기 시작했고, 대출은 연체되기 시작했다.
그 채권을 사들이며 공포의 샘물을 받아먹었던 미국의 대형 금융사들은 하얗게 질려있다.
지금은 그 권좌에서 내려온 '앨런 그린스펀'전 FRB의장은 주택대출이 한창 확산될 당시 측근 들에게 이런 걱정을 하곤 했다고 전해진다.
'아무래도 너무 이상해.. 그 채권을 보험사도 사고 은행들도 사고 대형 IB들까지 사고 있어. 이것이 부실해져 나중에 연쇄적으로 파급된다면 어떡하지?...'
그 설마는 지금 사람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