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됐건 결혼이 됐건 6년 정도 지나면 초창기의 신선한 느낌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겨움과 익숙함이 혼합된 뜨뜻미지근한 정서가 남녀 사이를 휘감게 마련이다.
올해 29살의 신예 여성감독 박현진이 연출한 '6년째 연애중'은 이처럼 가슴 뛰는 신선함보다는 지겨움과 익숙함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연애 6년차 동갑내기 커플의 그악스러운 연애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인 다진과 재영은 29살 동갑내기로 설정돼 있는데, 다진 역의 김하늘과 재영 역의 윤계상, 그리고 감독의 실제 나이도 모두 29살이어서 영화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출판사 베스트셀러 기획자 다진과 홈쇼핑 PD 재영은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더이상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별로 없는 연애 6년째 커플이다.
재영은 전화통화하면서 화장실 물 내리고 퇴근길에 생리대 사오라는 심부름까지 시키는 다진이 다소 못마땅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옆집에 나란히 사는 이들은 동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소파에서 섹스할 때 서로가 좋아하는 체위까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순항을 계속하는 듯하던 이들의 연애는 차츰 상대방의 단점이 부각돼 보이는 경우가 잦아지고 사소한 견해 차와 말다툼에서 비롯된 감정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다진은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자신의 부상 여부보다는 새로 뽑은 자동차가 망가진 것에 더 신경을 쓰는 재영이 야속하고, 재영은 같이 있으면 행복하냐는 둥 한참 대표팀 축구경기를 보고 있는데 산책을 가자는 둥 걸핏하면 보채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다진의 레퍼토리에 점점 짜증이 난다.
그러던 와중에 두 사람은 각자의 직장에서 썩 괜찮아 보이는 이성을 만나게 되고 6년째 접어든 연애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무렵 새롭게 만나게 된 이성의 적극적인 구애 공세에 심하게 흔들린다.
결국 재영은 당돌한 홈쇼핑 아르바이트생 지은(차현정)의 적극적인 구애 공세에 넘어가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다진 역시 업무차 만나게 된 책 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키스를 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영화는 연애 6년차 커플의 갈등과 심리 묘사를 통해 너무나 익숙해지고 권태로워진 연애의 그악스러움과 복잡다단한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20~30대 여성층을 겨냥한 영화인 만큼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키는 보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고픈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용 무비로는 그럭저럭 볼 만한 편이다.
2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