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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권하는 사회, 예쁘면 장땡이지"

FT "한국 여성들, 성형은 성공의 지름길" 보도

박모(23.여) 는 조만간 턱뼈를 깎고 광대뼈를 다듬기로 결심했다. 뼈를 절제한 뒤 튀어나온 치아와 잇몸을 통째 밀어넣는 돌출입 교정술에도 자꾸 마음이 끌린다.

"성형은 액세서리의 하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성형수술이 보편화 된 한국에서 박 씨의 사례는 그리 유별난 경우가 아니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서울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상담실을 찾은 박 씨는 "평소 동그란 얼굴이 콤플렉스였는데 이번 기회에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갸름해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박 씨는 "친구들 대부분이 성형수술을 받았다"며 '예뻐진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약 1만 달러(950만 원 상당)의 자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 씨가 성형을 결심한 것은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믿기 때문.

박 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쁘면 특별대우를 받고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돈도 많이 번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말했다.

'얼짱'(외모가 뛰어난 사람), '몸짱'(몸매가 뛰어난 사람) 담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점차 통과의례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수도권 내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62%가 외모의 개선을 위한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노무현 대통령마저 '의료 목적'을 내세워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진수 씨는 사회가 발전하고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성공하기 위한 쉬운 방편으로 성형수술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취업정보사이트 '잡코리아'가 채용담당 임원 761명에게 '면접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질문한 결과, 80% 이상이 "중요하다"고 답해 실제 외모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장 일반적인 수술은 쌍꺼풀과 코 수술이지만 박씨와 같이 얼굴의 길이나 폭을 줄여 작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총체적인 안면윤곽성형'을 감행하는 이들도 있다.

이 씨는 "작은 얼굴이 훨씬 예쁘고 청순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얼굴 크기에 민감한 편"이라며 요즘에는 여기에 어려보이는 '동안(童顔) 열풍'이 더해졌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도 소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정은지 씨는 "사회가 여성에게 예쁘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어 성형을 조장한다"며 '성형 권하는 사회'에 일침을 놓았다.

정 씨는 특히 "일부 여성들은 실력을 키우는 대신 성형이라는 쉽고 빠른 길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여성들을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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