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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기획재정부 '공룡 부처' 되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져 기획재정부가 탄생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가장 큰 우려는 공룡부처의 전횡이다.

지난 94년부터 98년까지 존재했던 재정경제원에서 금융업무만 제외되는 만큼 덩치로는 충분히 공룡부처의 위상을 갖게됐고 정부 권력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예산권을 틀어쥠으로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부총리 부처에서 한 단계 격하됐지만 실질적인 힘은 더욱 막강해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도 지적했던 것처럼 일본 대장성의 개혁을 국민들은 상기하고 있으며 새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충분히 인식해 기획재정부로 힘의 쏠림에서 비롯되는 전횡과 오만, 독선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재무부에서 기획재정부까지

대한민국 경제 부처의 역사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재무부'에서 시작된다. 본부에 기획관리실 국고국 이재국 증권보험국 국제금융국 세제국 등을, 외청으로 국세청과 관세청을 두는 등 우리나라 경제부처 조직의 기본 틀이 이 때 짜여졌다.

정부 수립 이후 재무부는 자립 경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화폐와 금융부분을 장악하고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대출특혜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꾀했다.

그러나 1961년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정책의 주도권은 같은 해 신설된 '경제기획원'으로 넘어갔다. 각 부처 주요 경제정책 기능을 모아 탄생한 경제기획원은 '성장과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군사정권에서 ▲ 경제발전 종합 계획 수립 ▲ 예산 편성 ▲ 투자 우선순위 심의 ▲ 경제부처간 이견 조정 ▲ 물가관리 ▲ 대외경제정책 등을 총괄하며 명실상부한 '경제 사령탑'으로 '군림'했다.

결과적으로 경제기획원은 강한 추진력으로 고도 성장을 이뤄냈으나, 이 과정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시장 기능을 고사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경제 주도권이 국가에서 시장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경제기획원에는 부처간 업무조정과 예산편성 기능 정도만 남게 됐고, 그 위상도 크게 축소됐다.

1994년 출범한 문민 정부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다. 효율적 재정 기능을 위해서는 세출과 세입, 예산과 결산의 통합운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정경제원은 외환위기가 터진 뒤인 199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재정경제부'로 명칭이 변경됐고, 예산 업무의 경우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재경부 산하 예산청으로 분산됐다.

99년 다시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기획예산처가 신설되면서 재경부의 예산 기능이 떨어져나갔고, 금융기관 인가 업무 등은 금융감독위원회로, 외국인투자유치 기능은 산업자원부로 각각 이관되면서 조직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조직 개편으로 재경부는 오랜 염원이었던 예산 업무를 다시 찾고 '기획재정부'로 거듭나면서, 결국 '제2의 재경원' 시대를 맞게됐다.

◇ 다시 출현한 공룡부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지는 기획재정부는 직원수 1천200명에 달하는 공룡부처다.

재경부의 정원만 해도 850여명으로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았는데 여기에 기획처 470명 가량이 더해지며, 신설되는 금융부로 관련 직원 70여명이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일단 직원 수가 1천200명을 넘을 전망이다.

한 부처의 본부 직원이 1천명을 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과거 공룡부처인 재정경제원을 연상할 수 밖에 없다.

재정경제원과 비교할 때 금융부분이 빠지긴 했지만 정책기획과 예산, 세제 등 주요 경제 관련 업무는 모두 가지고 있다.

내용을 보면 공룡부처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게된다. 재경부는 모든 정부 부처 중에서 수석부처로 꼽힌다. 비록 경제부총리 제도가 없어지긴 했지만 수석부처 자리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위가 부여됐다.

재경부는 그동안 다른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이 권한은 그동안 기획예산처가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은 부총리보다 힘이 세다는 말도 들렸다.

이제 기획재정부는 위상과 실권을 모두 한 손에 갖게됐다. 권한 강화를 의식해 인수위는 기존의 부총리급을 일반 장관으로 낮췄으나 일선 부처에서는 권한과 위상이 훨씬 강화된 것으로 느낀다.

그동안 재경부는 다른 부처로부터 일상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해당 부처들이 재경부의 요구를 신속하게 들어줄만한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의 자료요구나 정책중재를 거부할 경우에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적지않은 곤욕을 치르게 된다. 해당 부처들은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적극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획재정부는 298개 공공기관을 감독하는 권한을 갖는다. 임직원 임금, 전반적인 경영 등에서 기획재정부는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사후 평가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장, 감사 등을 퇴출시킬 수 있다. 이밖에 기획처는 세제, 경제협력, 외환, 국고 등의 기능도 고스란히 유지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과거 재정경제원에서 금융정책만 빠져나간 형태"라면서 "따라서 다시 막강한 힘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공룡 힘 빼기가 관건

기획재정부가 성공하려면 공룡부처의 힘을 적절히 뺄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지적했던 것처럼 일본은 관료주의의 상징인 대장성을 해체 수준으로 개혁하면서 일본이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공룡부처가 힘을 발휘하면 처음에는 일일 착착 잘 돌아가겠지만 이내 힘이 쏠려 전횡이 나타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힘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 기획재정부의 힘을 분산시키는데 신경을 썼다. 우선 부총리제를 없애 직급상으로는 다른 부처와 같은 반열에 두었고 과거 모피아의 힘을 상징했던 이재국(현재 금융정책국)은 금융감독기능과 함께 별도의 부를 만들어 독립시킴으로써 그나마 힘의 집중을 완화시켰다.

예산업무는 향후 논의해 봐야겠지만 김대중 정부 출범 때처럼 별도의 예산청을 만들어 독립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과거 일본 대장성의 관료가 관료중의 관료로 불리고 고시 합격자 중에 엘리트들 만이 대장성에 갈 수 있는 등 영화를 누린 한편으로 각종 로비의 대상이 되면서 썩을대로 썩었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기획파트와 경제정책 집행파트가 한군데 있으면 집행력과 추진력은 높아지겠지만 리스크가 오거나, 잘못됐을 때 상호견제가 어려워진다"면서 "청와대에 경제 컨트롤타워의 일부를 넘겨주는 등 상호견제가 가능하게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 시절 외환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는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적절히 힘을 분산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지속가능한 기획재정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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