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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0, 60대,'스포츠카'에 열광하는 까닭은?

[유영수 기자의 좌충우돌 일본정착기]일본 자동차 이야기(2)

                    

'스카이라인 GT-R', 일본 50, 60대 향수의 중심

일본 50, 60대의 스포츠카 열광 현상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사실 50, 60대가 스포츠카를 구입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유독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이른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이런 독특한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이 세대의 젊은 날의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향수의 중심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스카이라인 GT-R'이 있습니다.

'스카이라인 GT-R'은 굳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스포츠카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특히 지난해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닛산 자동차의 스포츠카(최신형의 정확한 명칭은 스카이라인을 뺀 GT-R)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지명도를 넓혀 왔죠. 최고출력 480마력/6400rpm,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이르는데 소요되는 시간 3.6초 등 강력한 기능으로 페라리나 포르셰에 맞먹는 슈퍼카로 평가 받는 차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려고 하는 차는 최신형 스포츠카인 GT-R이 아닙니다. GT-R의 선대 초델로 과거 스카이라인으로만 불리며 젊은 시절 일본 단카이 세대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차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차길래 이들 세대가 나이 먹어서도 그때의 낭만을 못 잊어 결국에는 스포츠카 매장을 찾게 만들었는지,또 왜 스카이라인이 가장 일본적인 스포츠카로 불리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 단카이세대의 '스포츠카' 열풍, 일제시대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는 태평양 전쟁 직후로 올라갑니다. 전쟁당시 일본의 대표적 전투기인 일명 '제로센' 전투기의 엔진을 만들었던 팀들이 모여 '후지 정밀공업'이라는 회사를 차립니다. '제로센' 은 미국의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유명해졌지만, 결국에는 가미가제 자폭기로 쓰인 일본의  전투기입니다. 기술팀들은 당시 미 군정체제 아래서 군수용품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프린스자동차'라는 회사를 차려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동차 엔진에 쏟아 붇습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닛산자동차에 합병됩니다. 기술력에 비해 영업력은 별로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워낙 기술력이 뛰어났던 이 회사 기술팀은 닛산에서 그 능력을 인정 받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합병되기전 R380, 합병이후에는 양산형 스포츠카를 만드는데 이 차가 바로 '스카이라인'입니다. 스카이라인은 일본 그랑프리에서 50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모든 자동차 경주대회를 휩씁니다. 또 당시 최강자인 포르셰와도 맞붙어 이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 '스카이라인'은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통했다고 합니다. 또 스피드와 낭만의 상징으로 '스카이라인'을 타보는 것이 당시 젊은이-지금의 단카이 세대-들의 꿈이었다고 하네요.  

이상은 NKH가 만든 다큐멘터리의 내용입니다. 제작 팀의 의도는 '스카이라인'이라는 기술팀이 갖가지 어려움을 딛고 어떤 열정으로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지켰는지 집중 소개하는데 맞춰져 있었습니다. 특히 스카이라인이 예상을 깨고 당시 스포츠카의 절대 지존이었던 독일의 포르쉐를 이겼던 일화에 하이라이트가 비춰집니다. 또 특유의 영웅 만들기로 이들 기술팀은 '불굴의 도전정신을 가진 일본인들'로 미화됩니다. 

'일본 스포츠카 열풍', 우리의 아픈 역사 직결

궁금한 내용이어서 흥미를 갖고 봤지만, 다 보고 나서는 참 착잡해지더군요. 처음에 단지 단카이 세대가 왜 스포츠카에 대해 그렇게 애착이 많은지 신기하고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 것인데, 우리의 아픈 역사와 직결되는 '제로센',  '가미가제'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일본의 것들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실감하게 됐습니다. 한 스포츠카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렇게 불쑥 역사가 튀어나오는데,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 다른 것들은 얼마다 더 많은 아픈 사연이 숨어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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