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힐러리 클린턴의 추락세가 완연하다.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힐러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도 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언론은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힐러리 대세론'은 공감을 받았다. 힐러리는 전국적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두 곳 중 적어도 한 곳에서는 승리하리란 관측이 많았다.
이 같은 '힐러리 대세론'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도중 하차설까지 나돌 정도로 힐러리가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대선 때 민주당 앨 고어, 2004년엔 존 케리 후보의 선거전략가로 뛰었던 로버트 슈럼은 한 마디로 `힐러리를 유통기한 지난 상품'처럼 포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힐러리의 선거전략 책임자인 마크 펜은 미래가 아니라 1990년대식 선거운동 모델을 택했다.
그것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승리했던 1992년 대선이 아니라 재선에 성공한 1996년 선거 전략이다.
힐러리는 집권 경험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잘 짜여진 공약에다 지극히 신중하고 투명한 계산 아래 움직였다.
결국 클린턴 행정부의 수혜자들에 둘러싸인 힐러리 사단은 그를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
'변화'가 최대 선거쟁점으로 떠오른 마당에 힐러리는 '낡은 후보'로 자리 매김했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그의 호소도 남편인 클린턴의 업적에 묻어가려 한다는 의구심에 매몰되기 십상이었다고 슈럼은 분석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힐러리는 미국의 미래나 유권자들보다는 스스로를 위한 주장을 펼쳤으니, 정치 혁명의 기수로 부상한 젊은 초선의원인 오바마에게 밀리는게 어쩌면 당연하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까닭에 힐러리의 뉴햄프셔 패배는 피하기 어렵게 됐지만, 아직 기적같은 만회의 길이 없는건 아니다.
힐러리가 전세를 돌이킬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잘 포장된 '힐러리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공약과 클린턴 시대의 경험을 내세우지 말고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한 힐러리의 숨겨진 진면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슈럼은 주장했다.
이런 바탕에서 더 이상 힐러리가 지난 35년간 닦은 정치적 경험을 들먹이지 말고 향후 4년간 그녀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대의를 제시하는게 유일한 전략이라고 슈럼은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는 이력서 테스트가 아니다. 대선이 이력서 테스트라면 신예 에이브러햄 링컨이 정치의 거인인 스티븐 더글러스를 이기고, 존 F 케네디가 리처드 닉슨을 꺾고, 풋내기 빌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누르는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맨체스터<美뉴햄프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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