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공방'에 휩싸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 수사와 관련, 파키스탄 정부가 은밀하게 국제사회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등에 파견된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이 해당국 정보기관 등과 비밀리에 접촉해 부토 사건 수사에 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파키스탄 상황을 모르는 국제단체의 수사 지원이 필요없다던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익명의 미국정부 고위관리는 현지 일간 '더 뉴스'에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이번 수사의 방향 등에 대해 문의해왔다"고 귀띔했다.
이 관리는 "파키스탄은 우리가 무엇을 지원할 수 있는 지를 문의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제시했다"면서 다만 파키스탄은 이번 수사에 유엔이 관여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 등 우방들의 수사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은 자체적으로 발표한 수사 결과가 야당과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8일 부토의 사인과 배후 등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배후로 지목된 무장단체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고 야당과 목격자들은 수사 결과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진실공방 와중에 파키스탄 야당과 국민들은 정부가 사건의 진실을 은폐·조작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어쨌든 투명한 수사에 대한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파키스탄 정부도 언제까지 국제사회의 수사 참여에 대한 거센 요구에 등을 돌릴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부토의 뒤를 이어 파키스탄 최대 야당의 총수가 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는 물론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도 유엔이 이번 사건 수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영국 외무장관은 이미 이번 수사와 관련 자국의 협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잘릴 샤프카트 주미 파키스탄 대표부 대변인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데 어떤 형태의 정보나 기술적 지원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암살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수사가 2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며 국제사회의 수사 지원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파키스탄이 국제사회의 수사 지원을 수용하더라도 유엔 등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보다는 수사 진행상황에서 일정 부분 '협조와 조정'이 가능한 미국 등 개별 우방국들의 참여를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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