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먼 타향에서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는 너무 외로워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포스트 글로벌'이라는 코너에 '미국을 보는 세계의 눈'(How the World sees America)을 연재하는 아마르 박쉬가 27일 신문 웹사이트를 통해 전한 주한미군의 크리스마스 표정이다.
◇주한미군이 경험한 한국의 크리스마스 = 박쉬의 글은 삼삼오오 어울려 바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20대 주한미군 장병의 모습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24세의 미군 장병은 "내가 원하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미국 집에 가는 것"이라면서 동료와 함께 이태원의 '프렌즈 바'로 향한다.
주한미군의 '사랑방'과도 같은 이 바에서 병사들은 맥주를 마시고 농담을 주고 받으며 크리스마스 밤을 지새운다. 그러던 중 스무 살의 한 여군병사가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며 "컨트리 바로 가자"고 제안한다.
자리를 옮겨 들른 바에서 컨트리 음악에 취한 이들은 "(이 바는) 완전히 미국 같아"라고 좋아하며 힘든 군 생활 속에서 모처럼 만의 여유를 만끽한다.
그러나 이들을 짓누르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해야 한다는 중압감이다.
지난 2002년 미 육군의 장갑차가 훈련 도중 여중생을 치여 숨지게 한 후 극에 달한 반미감정의 물결과 미군의 복무기강 확립 강화 조치로 주한미군 병사들은 언행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바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
새벽 3시 이태원 거리의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이 이들에겐 낯설고 부담스럽다. 조금만 잘못해도 미군 장병이 연루된 사건은 전국적인 뉴스로 크게 보도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지 50년이 넘어 한국민에게 미군의 존재가 조금은 덜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여전히 미국을 대표해 한국에 와 있고 그래서 항상 조금은 외로운 것이 현실이다.
◇미 네티즌 "미군 든든" VS "정신 차려라" = 이 글을 읽은 미국의 네티즌들은 주로 예비역 미군 장병이다. 이들은 "그래도 미군이 있어 든든하다"고 격려하는 쪽과 "정신 차리고 군 복무에 매진하라"며 비판하는 등 상반된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디가 'GAYE'인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나는 공군에서 22년을 복무했다"고 밝힌 뒤 "어디든 해외복무를 하게 되면 불평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미국인끼리 어울리려 하지 말고 한국인 친구도 사귀고 교회와 학교 등 지역사회와도 어울리려고 노력하면 한국말도 배우고 문화도 익히는 등의 소득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잊지 말고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가슴을 열어라"라고 조언했다.
'ROB'이라는 네티즌은 "1980년대 미 해병대원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복무했다"며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문화도 배우니 타향살이의 외로움은 잊을 수 있었고 미국으로 돌아올 때는 현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에 매우 슬퍼했었다"고 전한 뒤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라"고 했다.
자신을 "경기 오산에서 18개월을 복무했다"는 네티즌 'IGOR'도 "바에서 시간이나 때울 생각하지 말고 보육원이나 양로원 같은 곳에 가서 소외받은 한국의 이웃을 도와라"고 말했고 'MIGUEL RODRIGUEZ'도 "해외에서는 건방지게 굴지 말고 미국 민족주의자처럼 행동하지도 말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STEWART'라는 네티즌은 "왜 미국 정부가 아직도 한국에 군을 주둔시키나"라면서 "이는 세금낭비"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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