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착포는 살짝만 적셔주세요"
사상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로 충남 태안 앞바다가 시름에 잠겨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이 방제에 긴요한 아이디어나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전문가 못지 않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인터넷 카페 '태안반도 시커먼 기름띠 걷어내고 바다를 살려요'에는 현지 숙박업소 정보와 지리정보 안내글, 현장 사진 등 250여개에 달하는 누리꾼들의 UCC(손수 제작물)가 올려져 있다.
'다이라'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완소(완전 소중한) 정리 방제작업 방법'이라는 글에서 "물 먹은 천은 기름을 잘 흡수하지 못하니 흡착포나 헌옷 등을 푹 적시지 말고 살짝만 담갔다 빼내라"고 조언했다.
'묘운'이라는 아이디의 카페지기도 "서해는 오후 4시면 밀물이 들어오니 오전에 일찍 태안에 와서 방제작업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누리꾼들은 피해가 심각한데도 잘 알려지지 않아 일손이 부족한 지역 등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방제작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정리해 놓은 목록 등을 게시판에 올리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돼랑군'은 '오염피해 현장보고'라는 글을 통해 "신두리.학암포.만리포 해수욕장 등을 다녀왔는데 아직도 구름포.어운돌.사목 등 작은 해수욕장에는 방제의 손길이 절실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에토셰파'는 "해안과 암벽 지형은 방제방법 자체가 다르다"며 "현재 해안은 방제작업이 대부분 완료됐으나 아직 돌 틈이나 바위 등에는 기름이 많이 엉겨붙어 흡착포나 천 등으로는 제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perc00'도 "밧줄이나 그물 같은 곳에 기름이 많이 엉겨 붙어 있는데 장비가 없어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가위나 칼, 국자나 숟가락 등의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누리꾼들은 장화나 방제복 등을 '공구'(공동구매)하거나 숙박시설이나 교통수단을 함께 이용할 지원자 모집 글을 올리는 등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자원봉사에 동참했다.
'나는야희'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을 외쳐야 할 때"라며 "월드컵 때 보여줬던 누리꾼들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카페지기 '묘운'은 "누리꾼들은 방제장비도 숙박시설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비닐봉투를 준비하는 등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태안을 은빛 바다로 살려낼 것"라고 의지를 다졌다.
(태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