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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띠 이겨낸 인간띠…자원봉사자들의 '힘'

태안반도 시간 흐르며 점차 제모습 찾아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사고를 입은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 초기 하얀 백사장과 갯벌은 온통 검은 색으로 뒤덮였고 푸른 바다는 검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했다.

예기치 못한 기름의 습격에 조개며 굴, 갯지렁이 같은 저서생물은 말할 것도 없고 하늘을 나는 새들까지 남아나는 생명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혜의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태안반도는 그야말로 거대한 죽음의 바다로 변했고 복구의 길은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방제작업이 속도를 내며 태안반도가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사고 8일째인 14일 만리포 해수욕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예전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넘실대는 파도도 푸름을 되찾고 코를 찔렀던 기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

점점이 남아있는 기름띠와 해변을 가득 메운 자원봉사자들이 아니라면 사고 현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5일째 이 곳에 머물며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는 장희수(53.충남 천안)씨는 "처음 왔을 때는 온통 기름 투성이어서 손을 댈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며 하루가 다르게 바다가 깨끗해지고 있다"면서 "당초 2~3일 머물 예정이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떠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김수정(여.63.충남 천안)씨도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게 백사장과 바닷물이 제 색깔로 돌아오고 있다"며 "며칠만 더 고생하면 충분히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인근의 모항해수욕장도 자원봉사자의 물결이 이어지며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었다.

아직 자갈밭 곳곳에 기름이 흐르고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바위 등에 기름 덩어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사고 초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전주환경보존회 양기만(73.전북 전주) 회장은 "일일이 자갈과 바위를 닦고 끝도 없이 밀려드는 기름을 묵묵히 한 삽 두 삽 퍼낸 결과 아니냐"며 "사람의 힘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미국 연안경비대 실무팀 관계자들도 "일주일여 만에 이렇게 빠르게 기름을 수거하다니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해경 방제대책본부 관계자는 "모항과 만리포, 신두리를 거쳐 학암포까지 40여㎞를 뒤덮었던 두꺼운 기름찌꺼기들이 자원봉사자들이 집중 투입되며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자원봉사자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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