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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바다서 잡은건데.." 태안 어민들 '한숨'

 "사고와 전혀 상관없는 깨끗한 바다에서 잡은 것인데도 무조건 태안산이라고 하면 외면하니 너무하네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어민 정모(55)씨는 최근 바다에 나가 잡은 광어와 우럭 등 350㎏을 다시 풀어주어야 했다.

태안에서 왔다는 말에 어디에서도 그의 물고기를 사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잡은 물고기를 차에 싣고 서울 가락시장으로 팔러 갔지만 태안에서 왔다는 말에 "냄새 난다"며 내려놓지도 못하게 하는 냉대를 받았다.

이에 노량진시장으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오지도 말라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팔러간 물고기를 그대로 싣고 돌아온 정씨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도착하자마자 물고기를 모두 바다에 풀어주어버렸다.

이원면 어민 이모(42)씨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먼 바다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와 다른 어민들이 잡은 꽃게 등을 싣고 가락시장에 갔는데 아예 받지도 않으려고 하고 겨우 경매에 부치더라도 가격이 사고발생 전의 4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이씨는 "사고가 나서 검은 기름이 태안 앞바다를 덮었다고 하지만 피해는 전체 태안 앞바다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며 "먼 바다나 오염되지 않은 바다에서 잡아올린 수산물인데도 마치 기름범벅 수산물인 것처럼 여기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태구 태안군수는 13일 담화문을 발표, "기름피해가 있다고 해서 전 해역이 오염된 것은 절대 아니고 먼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는 더 싱싱하고 맛있다"며 "국민 여러분이 태안을 외면하지 않고 찾아주시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니 태안을 변함없이 사랑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사고 당일인 지난 7일부터 태안지역 일부 어촌계의 패류(貝類) 수매량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이튿날 이후 아예 전면 중단됐으며 정상 조업 어선들마저 태안산 수산물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 안흥항으로 들어오지 않고 멀리 떨어진 보령항과 대천항으로 향하고 있다.

(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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