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의 기름 유출사고가 사상 최악의 해양 환경 오염 사고로 번지며 이 지역 생태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0일 정부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헤베이 퍼시픽호의 원유가 바닷가로 유출된 뒤 3일 만에 기름띠는 사고해역에서 남쪽으로는 근흥면 가의도까지 30㎞, 북쪽으로는 가로림만까지 20㎞, 외해로 7.4㎞까지 퍼지며 해양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상태다.
기름띠는 굴, 김, 미역 등의 양식장이 있는 북쪽의 가로림만과 남쪽의 근소만의 입구까지 다다랐으며 국내 유일의 해양국립공원인 태안반도 해안국립공원의 절반 가량이 벌써 피해 지역에 포함된 상태다.
◇ 육·해·공 생태계 '총체적 위기' = 사고 지역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서해 생태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갑각류와 복족류, 바위에 붙어 사는 부착생물이 풍부하며 이들을 먹이로 삼는 연안 조류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식품의 저장고인 모래 갯벌이 기름 유출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기름띠가 퇴적물 사이로 침투, 갯벌 속의 조개와 갯지렁이에게 피해를 줘 갯벌 생태계에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생태조사를 진행 중인 박정운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생태계를 원형과 가까이 복구시키는 데에는 수십년간의 꾸준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만큼 큰 재앙을 맞고 있다"며 "사구에서 기름을 걷어내려면 원형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사구에서 살고 있는 크고 작은 생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유화제에 의한 '2차 오염'·기름 '추가 유출' 조심해야 = 현지에서 생태 조사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방제 작업에 사용되는 유화제에 의한 2차 오염과 사고 유조선의 추가 유출 가능성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환경운동연합 지훈근 상황실장은 "일부 방제선이 지나치게 많은 유화제를 바다에 뿌리고 있어 또 다른 오염이 발생할까 우려된다"며 "씨프린스호 사고 때 유화제 등 화학약품에 의해 2차 오염이 발생했으며 방제사업에 참여한 주민들도 건강에 큰 피해를 입었었다. 적정량을 정확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남은 기름을 빼는 과정에서 또다른 오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 선박 주변에 오일펜스를 추가로 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부 '생태계 오염' 대응 미흡 = 박정운 국장은 "방제작업이 철저히 생태 보호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리, 손쉽게 방제작업을 진행하는 게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태계를 보호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화제를 이용하면 겉으로 보이는 기름띠는 제거가 되지만 기름이 응고돼 일부가 물에 가라앉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결국 먹이사슬의 아래쪽에 있는 생물을 오염시켜 장기적으로 어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후 관리과정에까지 고려해 전반적인 생태 조사가 시급히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조류연구소 이석원 연구원은 "기름 유출이 조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비행을 못하게 하거나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것 외에도 오염된 먹이 섭취를 통한 2차적인 피해까지 광범위하다"며 "당장의 방제작업도 시급하지만 조류의 피해를 막는 방안이 함께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해양 재앙' 반복 막기 위해 법규 정비해야 =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양사고인 씨프린스호 사건 이후 최악의 해양 오염 사고를 계기로 관련 업계의 안전 불감증과 이를 규제할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형 유조선이 연근해를 운항하고 있고 대형 크레인이 동일한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면 해양경찰과 관련 기업들이 미리 사고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주의했어야 했다는 것.
10여년 전 씨프린스호 사고 때 문제로 지적된 뒤에도 여전히 단일선체를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낳게 한다.
사고가 난 유조선은 이중선체가 아닌 단일선체였는데 만약 이중선체였다면 구멍이 나도 완충되면서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환경연합 지훈근 상황실장은 "2010년에 의무화하기로 돼 있는 유조선의 이중선체 사용을 최대한 빨리 앞당겨 시행해야 그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며 "대형 사고 우려가 있는 선박의 항로를 일반 선박의 항로와 별도로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재난관리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내부에서 공조 활동이 원활하지 못해 체계적인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며 "대형 환경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대처 체제를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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