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1일 서류를 꾸며 기준에 부적합한 기상관측장비를 납품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전 항공기상대장 김모(6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최모(48)씨 등 기상청 전·현직 공무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울산공항 등에 대한 저층난류기상관측장비 설치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4년 12월 초 평가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K사의 '윈드 프로파일러' 2대(16억5천여만원 상당)를 납품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기상청은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낮은 고도의 기상 변화 관측장비를 부산지방항공청에 납품하기로 협약을 맺었으나 세계기상기구(WMO)는 윈드 프로파일러를 고층 기상관측장비로 분류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성모(56)씨 등 항공기상대 직원들은 상사인 김 씨의 지시로 이처럼 부적합한 장비를 납품하기 위해 이 제품의 성능과 규격이 적합한 것처럼 허위로 자체평가서를 작성해 조달청에 통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김 씨는 지난해 12월 퇴직한 뒤 K사의 계열사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최근 경찰 조사에서 "기상청장으로부터 'K사 물건이 좋은 장비니까 그것으로 해라'는 전화를 받고 그렇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상청장이었던 신모 씨는 지난해 사망해 실제로 납품 비리에 연루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씨와는 별도로 최 씨 등 기상청 검사·검수 공무원 7명은 지난해 12월 전국 5개 기상대에서 일기예보용으로 사용할 GPS라디오존데(고층 기상관측장비) 설치 사업에서 검사 및 검수조서를 꾸며 K사가 비교관측시험에서 사용한 모델과 다른 모델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기상청 예보국장을 지냈던 채모씨는 K사에 취직한 뒤 ID와 패스워드를 빌려 기상청 내부 전산망에 침입, 200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기상청 각 부서에서 발송한 문건 6천100여 건을 몰래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K사는 이 문건에서 빼낸 정보를 이용해 2005~2006년 기상청 외주사업 30건 중 25건(계약가액으로 97%)을 계약, 사실상 외주사업을 독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기상청에 부적합한 장비를 납품한 K사 대표 김모(38)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기상청 공무원들이 K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닌지 계속 수사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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