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SBS 뉴스는 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IMF 이후 10년을 맞은 특집인 'IMF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 그리고 '미래한국 리포트' 프로젝트로 보도한 '대한민국 리더십'이 나아갈 길은 의미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에도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실수나 설명부족을 여기저기서 드러냈습니다.
SBS 8시뉴스는 지난 9일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이회창 후보 지지자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지지를 바꿀 수 있다는 사람이 3분의 1을 넘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기사의 문맥을 보면 이것은 잘못된 해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 지지자 중 31.1%가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뉴스는 이회창 후보 지지자의 경우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답이 36.3%였다고 보도했는데, 이 비율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31.1%만을 대상으로 철회이유를 물었을 때 나온 대답이었습니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 중에서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응답이 31.1%이고, 이들 중 36.3%가 지지철회의 이유로 박 전 대표의 선택을 든 것입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응답은 이회창 후보 지지자 전체로 보면 3분의 1이 아니라 11.3%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 9일 SBS 뉴스는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70.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남을 믿을 수 있느냐'라는 대인 신뢰도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데,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대인 신뢰도보다 못하다고 보도하고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조사 설문에서 '남을 믿을 수 있느냐'라고 물을 때 '남'이라는 말은 '길거리서 만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닙니다.
11일 뉴스는 1980년대부터 20년 동안 한국인의 사회 신뢰도는 10%가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덴마크는 18%이상 높아졌다고 보도하고, 큰 차이가 나는 이유로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총선 합동유세가 열띤 토론으로 이어지는 덴마크의 정치문화를 들었습니다.
덴마크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덴마크는 4만 3천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에 5백 3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나라이며, 국민의 95%가 복음루터교 신자라 동질성이 매우 강합니다. 덴마크 모델을 제시할 때는 이와 같은 구조적인 차이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난 14일 SBS 8시뉴스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 작업에 착수했으며, 인수가 성사될 경우 통신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KTF를 거느린 KT 계열과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및 LG텔레콤이 각각 1,2,3위의 확고한 순위차를 보였지만,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게 되면, KT와 함께 양강체제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스는 또 유무선 통신을 소유한 두 거대 회사의 경쟁으로 다양한 통신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뉴스는 이어 KT 계열과 SK텔레콤의 양강체제로 독과점 현상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되면 상품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양강 체제가 되면 가격이 더 내린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13일 뉴스는 한 골프장 개발업체가 골프장 허가를 받으려고,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낙남정맥의 산맥지도를 조작하여 없는 산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산이 없는 상태가 골프장 허가를 받기에 더 좋을 것인데, 산이 있는 것처럼 지도를 조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든 뉴스 앞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의 본문을 따라가 보면 실제로는 골프장 예정부지 가운데로 산맥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이 산맥이 예정부지 주변으로 돌아 지나가는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산맥 위로 골프장을 짓겠다면 허가가 나오지 않을 것이니, 골프장 부지에는 산맥이 없다고 속였던 것이었습니다.
지난 9일 SBS 뉴스는 금융기관장 자리를 독차지하고, 금융정책을 독선적으로 처리해 원성을 샀던 재정경제부가 조직문화 재정립을 선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의 문맥으로 보아 재정립을 선포한 조직문화 속에는 산하기관장 자리를 독점하는 관행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뉴스는 재경부가 이와 같은 관행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국책은행장인사는 재경부 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는데, 재경부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과 은행장 인사가 어떻게 관련되는지가 궁금한 것입니다. 뉴스는 다만, 재경부의 조직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한 뒤 산하기관의 장으로 옮겨 앉으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퇴직공직자가 산하기관의 장으로 나가는 일종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더욱 어려울지 모릅니다. 잘못된 관행을 끊어버리는 제도적인 조치 없이 개인의 결단에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주문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뉴스만으로는 재경부가 왜 이제 와서 불쑥 조직문화의 재정립을 선포하게 되었는지, 다시 말하면 선포의 구체적인 계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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