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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칼 빼든 검찰 '난감한 처지'

특검법 발의에 고발인 조사 불응…수사 표류 불가피

검찰이 '삼성 비자금 조성 및 검사 대상 로비' 의혹을 캐기 위해 칼을 빼들었으나 정치권이 특별검사제 법안을 발의한데다 고발인들 조차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해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오광수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고발인인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측에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을 것을 전화로 통보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고,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불응이유를 들었다.

이들 단체는 대신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지 않아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금품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을 수사지휘 라인에서 배제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고발인 조사를 벌인 뒤 이런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 등을 참고인 조사하고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등 특검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수사를 계속하려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검찰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14일 고발인 측에 조사에 응하라고 서면으로 공식 요구할 예정이지만 참여연대 등은 계속 불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검찰 수사는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발인 조사는 물론 자료조차 제출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변호사가 삼성본관 27층에 있는 재무팀 비밀금고에 이른바 '떡값 검사'의 명단과 로비 내역이 들어있는 서류가 있는 것을 봤다고 발언했다는 이유 만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어려워 검찰은 신속한 증거 확보 등의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김홍일 3차장검사는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를 하기 위해 고발인 조사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고발인들이 명확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고발장을 제출한 만큼 검찰에 출석해서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 차장검사는 김 변호사 소환 조사나 삼성 '비밀금고'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수사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통상적인 절차대로 고발인 조사를 하는 게 우선이다"거나 "시급한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했고 (김 변호사 조사는) "언젠가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등 원론적인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더욱이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등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수뇌부가 삼성의 '관리대상' 검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마당에 국민이나 시민단체 등이 수사 과정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물론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놔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을 것이 뻔해 검찰은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고발장을 내놓고 고발인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고, '떡값 검사' 명단이나 관련 증거자료 등을 전혀 공개하거나 제출하지 않으면서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 규명'만 요구하는 시민단체도 '무책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김 변호사와 시민단체가 수사를 지휘하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찰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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