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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허가 받으려 '없는 산도 있는 척' 조작

<8뉴스>

<앵커>

우리 국토의 등줄기를 가리켜 백두대간이라고 부릅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동해안 쪽으로 치우쳐 뻗어 내리다가 태백산에서 방향을 틀어서 지리산에서 또아리를 틀고 앉습니다.

이런 백두대간은 다시 큰 산줄기 열 셋으로 가지를 치는데 이걸 가리켜 13정맥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한북정맥은 한강 이북을 달리면서 북한강과 임진강의 물줄기를 이뤄냅니다.

또 지리산에서 갈려 나와 한반도 남단을 가로지르는 산줄기는 낙동강 남쪽의 주된 산맥이라서 낙남정맥이라고 부릅니다.

정부는 이런 중요한 국토환경을 지키기 백두대간 보호법까지 제정을 했는데요.

한 골프장 개발업체가 없는 산을 마치 있는 것처럼 산맥지도를 조작해서까지 골프장 허가를 받으려 한 사실이 SBS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먼저 박수택 환경전문 기자입니다.

<기자>

공룡 유적지로 이름난 경남 고성군, 고개를 사이에 둔 백운산과 성지산도 낙남정맥의 일부입니다.

등산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산줄기입니다.

낙남정맥은 이 등산로를 지나서 저 아래 장밭재라는 고갯마루를 거쳐서 뒤의 성지산으로 이어집니다.

고성군은 개발업체와 손잡고 이 낙남정맥 가운데로 골프장을 만들려고 4년째 힘을 쏟고 있습니다.

낙동강 유역환경청은 지난 4월 '낙남정맥 주 능선이 지나가는 곳에서 골프장 사업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산맥의 주 능선을 지도에 그리고 골프장 사업지와 얼마나 떨어졌나' 거리를 표시해오도록 했습니다.

한달 뒤 업체가 꾸며온 사전환경성 검토서 보완자료입니다.

낙남정맥 주능선이 골프장 예정지를 빙 돌아서 지나가는 걸로 그렸습니다.

[김일환/고성통영환경연합 사무국장 : 능선이라면 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게 맞는데요, 사업자는 그것보다 상당히 낮은 이곳에다가 이게 능선인 것처럼 그림을 그렸는데요,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죠. 어떻게 낮은 곳에 능선이 있을 수 있습니까?]

개발업체와 고성군은 비틀어진 산줄기 선이 맞다고 강변합니다.

[김영재/경남 고성군 건설도시과장 : 등고선을 확인,판단해보면, 이 능선축이 맞다고 저희들이 설정했습니다.]

정밀한 등고선 지도와 항공사진으로 비교해서 판독해 봤습니다.

업체와 고성군 측 주장은 거듭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용묵/국토지리정보원 : 정상적인 능선이라면 지금 고갯마루를 타고서 이렇게 넘어와야 되는데, 지금 옆으로 많이 지금 골짜기, 계곡 쪽으로,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고성군 측은 확인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피합니다.

[아니 잠깐만요, 과장님! 현장에서 능선이 산 정상을 지나가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까?]

지도의 산줄기까지 비틀 정도로 개발업체와 지방자치단체 결속은 이렇게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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