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1997년 11월 21일, 그 초겨울의 아픈 기억을 아마도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갑자기 닥쳐온 외환 위기를 맞아 한국은 국제통화기구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이제 열흘 뒤면 만 10년을 맞습니다. IMF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건 무엇일까요? SBS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했나를 조사했습니다.
김영아, 하현종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소비자 물가가 올들어서만 벌써 4.1%나 올라서.]
[경제위기 속에 특히 근로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 감원에 따른 실업 공포입니다.]
[국민들도 혹시 우리 경제가 멕시코를 닮아가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는 우리사회에 불안이라는 큰 화두를 던졌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위기는 극복됐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직업선택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안정성'을 꼽았습니다.
현재 직업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는 대답보다 불안하다는 대답이 더 많았습니다.
[이재열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 위험감에 대한 공포라고 할까, 이런 걸 느끼는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을 했다..]
불안한 고용환경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응답자의 60%가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 줄 수 없다는 불신 때문입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을 믿지 못했습니다.
[박경숙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 모두가 개인의 주머니에서 준비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시스템으로 가다보면 복지 체제 안에서도 자유주의의 힘이 지배가 되는..]
경제적 고통의 경험은 '돈'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 놨습니다.
응답자의 61%가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건강에 이어 경제적 풍요를 꼽았습니다.
일하는 목적에 대해서는 '돈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75%에 달했습니다.
[장진호/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 자산의 정도, 소득의 정도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가치 척도가 된 것이 아니냐 생각됩니다.]
혼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개인주의,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물질주의.
외환위기 이후 불안과 불신이 증폭된 2007년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정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