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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현실 : '인사이더'

가끔 영화가 현실과 너무 흡사하거나, 현실이 영화보다 더 실감날 때가 있습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관련 비자금 폭로를 보면서 몇 년 전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에 러셀 크로우, 알 파치노 주연의 실화에 기초한 사회성 짙은 고발 영화 [인사이더]입니다. (2000년에 개봉했었고 2004년인가 TV에서 방영했는데, 저는 TV로 보았습니다.)

제프리 박사(러셀 크로우)는 미국 굴지의 담배회사 연구개발 부사장 자리에서 갑자기 해고됩니다. 미국 여러 주 정부들이 연합해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엄청난 금액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제프리는 그 소송에서 '담배에는 일종의 마약성분이 있고, 이 성분의 흡수를 빠르게 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첨가하고 있다.'고 담배회사에 불리한 증언을 해 회사를 곤경에 빠뜨립니다. 회사측은 퇴직시 작성한 비밀준수 서약을 들이대며 실업자인 그에게 퇴직연금과 의료보험에 대한 지원 등을 끊겠다고 협박하고 실행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 CBS의 저명한 시사프로 [60분]팀이 취재에 들어가는데 담배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방송국에 압력을 가해 결국 프로그램은 전파를 타지 못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제프리는 담배회사로부터 여러 가지 협박에 시달리고 과거 자신도 기억 못하는 치부나 과오, 하지도 않은 일까지 엮어져 날조된 비방에 시달립니다. 이런 저런 고통에 시달리다 못한 부인은 이혼을 요구하고…….철저하게 고립된 제프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그의 양심을 지키려고 방송국에 사표까지 내던지는 [60분]팀의 PD인 로웰 (알 파치노)로 방송에서 못한 폭로를 다시 추진합니다.

터프한 남성미의 상징처럼 강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러셀 크로우가 금발에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남자로 나오는 게 좀 뜻밖이었습니다. 화학자 출신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때 눈도 잘 못맞추는 수줍음에 뚱뚱한 몸집에 창백한 얼굴로 그런 엄청난 시련을 겪어본 적 없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합니다. 초반에는 거대 기업의 비리에 맞서며 진실의 편에선 사람들이 화끈하게 승리하는 영움담이겠거니 예상했는데 점점 짜증이 났습니다.

담배회사가 마련한 여러 가지 공격 요소들이 현실에 잘 먹히고 처음에 긴가민가 하면서도 정의의 편에 선다는 자존심으로 버티려 하던 제프리는 친구와 동료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철저히 고립되는 신세에 처하자 마지막 신념을 저버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과정이 잘 묘사됐습니다. '만약 내가 저런 경우를 당하면 절대로 도저히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래 전에 본 영화라 잊고 있었는데 대한민국 땅에서 현실의 뉴스로 터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사건이 진행되는 추이를 지켜보니 너무나 흡사해 소름이 돋을 지경입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에서 1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챙긴 사람이 해도 너무한다'거나 '김 변호사도 기행을 많이 저질렀고 그의 부인도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였다'는 등 문제 많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저지른 문제 많은 행동이라고 몰고가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현재로서는 모호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누구 말이 맞는지 실체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 지도 의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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