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이르면 내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출마 후 어디에 '적'을 두고 어떤 행보를 취해 나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율 20%를 넘나드는 '무시 못할' 장외 주자인 이 전 총재의 출마 그 자체 만으로도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가 깨지면서 기존 대선 판도가 요동치겠지만 이 전 총재가 앞으로 어떤 카드를 선택 하느냐에 따라 파장의 폭과 깊이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가 실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보수세력 대결집을 기치로 일종의 '범보수연합체' 구성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이 불과 40여일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 후보 중심의 '중도실용 세력'을 제외한 모든 보수층을 아울러 최단기간에 세력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
이 전 총재는 그동안 한 클릭 '좌'로 이동한 이 후보의 중도실용 노선을 비판해 왔다.
범보수연합체 구성 방법으로는 기존 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신당 창당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벌써부터 여의도 정가에선 신당 창당과정에 '창사랑' 등 이 전 총재의 여러 지지단체와 함께 지역과 이념적 기반이 비슷한 충청권의 국민중심당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충남 예산이 고향이다.
실제 국중당은 이 전 총재와의 연대에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대평 후보가 2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총리를 대상으로 내각제 정부 수립을 위한 4자 연대를 공개 제안한 것은 사실상 이 전 총재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중당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전 총재에게 '대선에 나와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총재 측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흥주 특보는 이날 남대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 후보 제안에 대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제안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응하면서 "이 전 총재가 향후 행보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평가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것으로 결단을 내리면 그런 모든 사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분석할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중당에선 이 전 총재를 모시기 위해서라면 심 후보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심지어 당의 발전적 해체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서라도 이 전 총재를 맞이할 수 있는 '집'을 만들 용의가 있다는 것.
국중당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이 전 총재와 함께 영남권 보수 인사를 대거 영입함으로써 '충청당'에서 '전국당'으로 거듭 태어나 대권을 노려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상태로 남아 있다가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전 총재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을 이끄는 백승홍 전 의원은 최근 "한강 둔치에 천막당사로 시작한다 해도 조금 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사랑과 지원을 받아서 출마를 해야 되지 않나 하는 입장에서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 방안은 창당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과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