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섬에 따라 '유가 100달러 시대'의 도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31일(현지시각) 급등하면서 사상 처음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서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95달러 선도 넘어 100달러에 5달러 안팎 남겨두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영향 속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4.15달러(4.6%) 오른 배럴당 94.53달러에 거래를 마친데 이어 시간외 전자거래에서는 배럴당 95.02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유가 상승세는 지난달 12일 WTI가 배럴당 80달러를 처음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100달러 도달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다. 현재 WTI의 가격은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58%나 오른 수준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은 일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가 언제냐는 것만 남아있을 뿐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5년 유가가 향후 몇년안에 배럴당 105달러에 달할 수 있는 대급등(super spike)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을 때만 해도 과연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것인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상황이 유가 100달러 시대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본적인 원유 공급 부족 우려와 미 달러화의 약세 등이 그 요인들이 되는 가운데 유가는 조그만 충격에도 급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 외로 감소하고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자 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전날 유가가 3% 넘게 급락하면서 단기 조정에 들어간 것이냐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이날 다시 급등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와 달러화 약세가 유가 강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RB가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가운데 달러화는 장중에 1.4504달러에까지 거래되면서 1999년 유로화 등장 이후 역대 최저치로 가치가 떨어졌다. 달러화는 올해 들어 유로화에 대해 가치가 8.8% 하락했다.
커트레이드 닷컴의 케빈 커 사장은 금리 인하는 예상대로 이뤄졌지만 이로 인한 달러화 약세는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유가 강세를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한 끊임없는 우려이다.
독일의 민간 에너지분석기관인 에너지 감시그룹(EWG)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루 8천100만 배럴로 정점에 달한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앞으로 매년 7%씩 줄어 2030년에는 3천900만 배럴에 불과해 다른 화석연료나 원자력, 대체연료로 보충하기 힘든 수준이 될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제유가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사정, 유전시설의 노후화 등 여러가지 이유로 100달러에서도 상승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 유가 100달러 시대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했다.
신문은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연례 석유 콘퍼런스에 모인 전문가들의 전망을 소개하면서 원유에 대한 국제적인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감소하는 것이 조만간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와 중동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는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비용도 비싸지면서 투자도 저조해 공급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경영진 출신인 사다드 알-후세이니는 콘퍼런스에서 중동의 원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오래된 유전에서 나오고 페르시아만 지역의 대형 유전은 41%나 고갈된 상태라면서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전세계 석유.가스 생산은 정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급부족 지속으로 수요가 추가로 하루 100만배럴씩 늘어날 때마다 12달러씩 가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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