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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평] 대선 후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

대통령 선거는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과 과거 행적을 평가하여 가장 좋은 인물을 뽑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후보들의 지나 온 길과 공약, 그리고 후보를 둘러싼 세력과 정당의 정책적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러나 올 대선역시 언론은 후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보다는 단편적인 언행이나 돌출적인 사건 보도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후보 검증과 관련한 지난 주 SBS 뉴스의 보도는 이른바 ‘BBK 의혹’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19일 뉴스는 이명박 후보와의 관련설로 주목받고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김경준 씨가 미국 법원의 결정에 따라 11월 중순쯤 한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는 김씨가 송환되면 BBK와 이명박 후보의 관계에 대한 검찰 수사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이후 김경준 씨는 한국 대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요 인물로 등장했습니다. 19일 뉴스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 측은 김씨의 송환추진에 정동영 후보 측이 연루되었다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실체가 있는 주장인지, 아니면 과거 선거에서 ‘거짓 증언’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쳤던 김대업 사건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김경준 씨를 ‘제2의 김대업’으로 몰아가려는 정치공세인지를 가려내는 보충취재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뉴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보도하면서 보충 취재는 물론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정 후보 측의 반응조차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20일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 씨의 귀국 문제에 대해 그가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법의 조치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자신이 이른바 BBK 주가 조작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날 발언에는 김 씨의 귀국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 후보는 특별한 입장표명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말을 했는데, 언론이 과잉해석을 했던 것입니다. 이런 언론 보도를 대통합신당이 정치공세의 자료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22일 뉴스가 전하고 있습니다. 대통합신당은 “후보는 김씨를 들어오라고 하는데 변호인은 김씨의 송환 연기를 요청함으로써 못 오게 막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서, “이 후보의 위선적 행태를 밝혀낼 것”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이 후보가 김 씨의 송환 연기 요청 사실을 뒤늦게 알고 역정을 냈다”는 한 측근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의미부여를 이 후보 측이 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문제의 BBK 회사에 이명박 후보가 대표이사로 참여했느냐, 아니냐 하는 단순한 사실 확인조차 이토록 오랫동안 언론의 검증을 받으면서도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까지도 김경준 씨의 귀국을 기다려, 그것도 검찰 수사를 거쳐야 확인될 수 있다는 현실은 언론의 검증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후보의 정책에 대한 언론의 검증도 마찬가지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18일 세계지식포럼 연설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동영 등 두 대선후보의 경제관과 해법이 확연히 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성장과 분배에 대한 강조점이 달랐고, 재벌 정책을 놓고도 입장 차가 더 벌어졌으며,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해서도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후보들의 포럼연설이 경제정책의 총론이라면, 각론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정책들을 들춰내어 분석하는 것은 언론의 몫입니다. 그러나 두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철저한 비교 분석을 뉴스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반면에 갑자기 대선 정국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른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문제는 시청자들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한을 1년 연장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한 입장이 이명박 후보는 찬성, 정동영 후보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뉴스는 대통합신당이 정 후보의 파병기한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하여 정 후보를 뒷받침한 반면,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의가 제기되어 이 후보의 연장 찬성을 당론으로 확정 짖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대통합신당과 민주노동당이 반대함으로써 파병연장안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 졌다고 전망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발표한 파병연장에 대해 과거 파병에 찬성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파병정책을 뒷받침했던 정 후보가 “자이툰 부대는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는 이유를 들어 파병의 연장에는 반대한 것, 그리고 친노 성향의 의원들도 포진하고 있는 대통합신당이 아무 갈등 없이 파병 연장 반대로 당론을 정했다는 것이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회가 파병연장안을 다룰 시점이 대선 전인가, 후인가에 따라 연장안이 통과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자이툰 파병 연장 문제를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구를 쫓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뉴스의 대선 보도는 후보들의 공식적인 움직임들만을 추적함으로써 후보에 대한 진정한 검증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후보가 시장을 방문하여, 상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거나 또 어느 후보가 공장을 방문하여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는 것은 그 후보의 참모습과는 상관없는 소식들입니다. 뉴스는 독자적인 취재망을 동원하여 후보에 대한 진짜 검증에 나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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