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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문이 뭘 잃었지?' 문화재 실종·훼손 비상

장물업자 이후 유통경로 '오리무중'…도난품 회수 가능성 희박

고택(古宅), 재실(齋室) 등에 있는 고서와 미술품 등이 목록조차 작성되지 않는 등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재가 허술하게 보존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2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찰은 문화재 전문 절도단 14명을 최근 검거하면서 도둑맞은 문화재의 출처를 확인하는 데 대부분의 수사력을 쏟아붓는 등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

고택, 재실, 향교 등의 관리자들이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를 정확히 모르는 데다 문화재의 목록이나 사진조차 만들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종가들이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를 박물관 등에 위탁하거나 도난 때 추적이 쉽도록 목록이나 사진을 작성해두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찰은 조선후기의 보물급 문화재 등 3천256점을 훔친 역대 최대 규모의 전문 절도단을 붙잡았지만 2천200여 점의 출처만 확인했을 뿐 나머지 1천여 점의 소유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절도단은 독극물을 묻힌 먹이로 파수견을 죽인 뒤 담을 넘거나 경보기를 피해 고택의 흙벽을 노루발 못뽑기로 뚫고 들어가는 등 수법으로 비교적 손쉽게 문화재를 훔쳐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부터 올해까지 도난된 문화재는 모두 7천359점(지정 187점·비지정 7천172점)이지만 회수된 문화재는 2천702점(지정 48점·비지정 2천654점)으로 4천여점의 문화재가 이같은 이유 등으로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도난 문화재의 회수가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장물업자들이 구매자들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는 데다 이들에게서 물건을 받은 애호가들이 나중에 선의·시효 취득을 주장하기 위해 자택에 문화재를 몰래 숨겨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범부터 장물업자에 이르는 문화재 유통과정은 조금씩 확인이 되지만 장물업자 이후의 루트는 업자들이 모종의 '직업의식'을 갖고 입을 열지 않기 때문에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유명 제약회사 대표는 지난 6월 태고종 선암사에서 도난당한 조선시대의 탱화 3점을 사무실에 보유하고 있다가 적발됐으나 1987년 도난품인 줄 모르고 샀고 이후 10년 넘게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법원에서 소유권까지 인정받았다.

다행히 1996년 7월 이후에 도둑맞은 문화재를 숨기면 무조건 처벌을 받도록 문화재법이 2002년 개정됐고 올해 7월에도 지정문화재를 갖고 있거나 문화재를 훼손하면 선의취득 대상에서 배제되도록 법령이 보완됐다.

하지만 고택, 향교, 재실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가 공익 가치는 크지만 대다수 비지정인 데다 1996년 전에 도난된 문화재는 훨씬 더 많은 만큼 문화재를 독점하려는 소수 재력가의 욕심을 억제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애호가들의 욕심 때문에 보전해야 할 문화재가 훼손 위기에 놓이는 등 공익을 헤치고 있다"며 "소수 재력가의 독점 욕심과 문화재의 감정가를 매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경찰과 문화재청의 감시망 밖에 있는 일반 절도꾼들도 문화재에 눈독을 들여 문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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