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예상대로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센 검증 공세에 대한 맞불을 놓기 위해 한나라당은 ‘정동영 후보 조사팀’을 만들어 의혹 자료를 모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은 아직은 예고될 뿐, 실제로 제기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마치 이·정 두 후보사이에 치열한 검증 공방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SBS 8시뉴스는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검증 공세에 맞서 범여권 후보들에 대한 전면적인 검증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나라당 권력형 비리 조사 특위가 지난 달 말부터 별도 조사팀을 만들어 범여권 후보들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 수집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정 후보가 대통합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16일 뉴스는 대통합신당 의원들이 이명박 후보를 직접 겨냥해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시티 건설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으며, 한나라당 역시 정 후보를 정조준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제시한 한나라당의 의혹 제기사례는 정 후보가 지난 10년 동안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라는 주장뿐이었습니다. SBS 뉴스는 17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정 후보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정 후보가 처남을 통해 일부 코스닥 기업의 주가를 조작하여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한나라당 의원의 고발에는 정 후보 쪽이 어떤 기업의 주가를 어떻게 조작하여 얼마를 챙겼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습니다. 뉴스는 18일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 공방으로 국정감사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면서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에 부친의 친일 의혹까지 제기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건물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해 연간 4천 5백여만원의 건강보험료를 탈루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대통합신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은 정 후보의 부친이 일제시대 금융조합 서기를 지내는 동안 “친일행각을 한 것은 아닌지” 국민적 검증을 받으라고 공격했다는 것이 이날 공방전의 내용입니다. SBS 뉴스는 이날 국정감사가 ‘폭로전’으로 변질되었다고 보도했지만,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사실은 “정 후보의 부친이 일제시대 금융조합 서기를 지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이 후보는 이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입니다. 한나라당이 맞불전략을 쓰려고 하지만, 아직은 내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검증 공세를 보도하는 뉴스의 초점은 이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의 내용과 이에 대한 이 후보 쪽의 반론에 맞춰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SBS 뉴스는 일어나지도 않은 ‘폭로전’ 쪽으로 뉴스의 초점을 옮겼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 각 부처 기자실 폐쇄에 대해 SBS 뉴스는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양쪽의 주장을 나란히 세우는 것으로만 끝나면, 시청자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자실 폐쇄를 강행했으며, 기자실에 들어가지 못한 기자들은 복도나 로비에서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부와 기자들의 마찰에 대해 시청자들이 합리적인 의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어떤 점이 언론자유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기자실 통폐합은 신생 언론의 기자들에게는 공평한 취재 기회를 주는 것인 반면, 기존의 기자실을 이용했던 기자들에게는 불편을 줍니다. 뉴스는 그러나 무엇을 근거로 기자실 통폐합 자체가 언론자유에 대한 제약이라고 주장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정부의 정보공개 의지가 없다거나 공무원 면담 절차가 복잡하다는 등의 주장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나 공무원 면담은 기자실 통폐합과는 별도로 추진해야 할 일이지, 기자실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언론의 외면 속에서 잊혀져 가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뉴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난 5월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한국인 선원 4명의 억류생활이 이제 160일 가까이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이랜드 뉴코아 비정규직 사태는 10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지나친 노점상 단속의 여파로 한 상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노점상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납치당한 선원들에 대한 SBS 8시뉴스의 보도는 지난 8월 11일 선원들에 대한 석방교섭이 상당히 진전되었다는 단신이 전부였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최근의 유일한 보도는 지난 11일 노사정 대토론회가 무산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노점상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일 이후 노점상들의 항의가 계속되었고, 자살하는 상인도 생겼지만, 뉴F스는 대규모 시위로 악화될 때까지 이 사태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의 기세를 약화시키기 위해 들고 나오는 반격을 언론은 흔히 ‘물타기’라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아직 구체성을 갖추지 못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를 같은 차원에 놓고, 공방전, 폭로전이라고 규정하는 것 역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뉴스는 ‘공방전’이나 ‘폭로전’이 아니라 두 사람에 대한 의혹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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