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10월 7일과 9일 서울 시내에 3차례나 잇따라 나타난 멧돼지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겨울철을 앞두고 먹을 것이 부족하자 어김없이 또 나타나는구나 싶었는데, 2005년에는 그렇게 시끄럽던 녀석들이 지난해에는 잠잠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전만해도 9월 들면서 서울 시내에 멧돼지가 나타나더니 10월 11월을 거치면서 날씨가 추워지자 이 녀석들이 사건 기자들을 참 힘들게도 했습니다.
시내에서 사람을 들이 받아 상처를 입히더니 한강을 헤엄쳐 건너면서 서울을 헤집고 다녔지요.
주역은 서울의 동쪽, 구리와의 경계에 있는 아차산 멧돼지들이었습니다.
가끔 정릉동, 경복궁 등에 북한산 멧돼지들도 나타났습니다.
ㆍ 그러던 것이 어찌된 일인지 지난해에는 잠잠했던거지요.
지금까지 멧돼지의 도심 출몰에 대해서는 천적멸종설이나 개체 증가설, 영역다툼설 등이 설명근거를 제공해 왔는데요.
이런 설들은 출몰 증가 경향은 설명할 수 있지만 해마다 달라지는 변화는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래서 찾아내게 된 것이 '도토리 해거리'설 인데요.
강원도 화천에 있는 한국야생동물연구소의 한성룡 소장이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해거리란 식물의 열매가 많이 열리는 해('성년')와 아주 적게 열리는 해('휴년')가 년차로 나타나는 원예학용어인데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류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축적한 영양분을 모으고 모아서 한해 풍성한 열매를 맺고나면 아무래도 다음해에는 쭉정이 열매들이 많아진다는 거죠.
멧돼지는 잡식성이긴한데 그래도 도토리나 칡이 주요 먹잇감이라고 합니다.
특히 겨울을 앞두고 많은 영양분을 비축해야하는 가을철에 열매가 맺히는 도토리는 매우 귀중한 양식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도토리가 휴년이어서 산에서 찾기가 힘들면 도심으로 멧돼지들이 자주 내려오게 되고 성년이어서 도토리가 풍부하다면 도심 출몰은 적어진다는 설명입니다.
ㆍ 그래서 데이터를 구해봤더니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게됐습니다.
+서울 시내 멧돼지 출몰 빈도
2004년 9건 2005년 21건 2006년 8건 2007년 10월까지 13건
+도토리 생산량(광릉 수목원 기준) kg/ha
2004년 588 2005년 463 2006년 891 2007년 400-500예상
출몰이 가장 잦았던 지난 2천 5년을 볼까요.
도토리 생산량은 다른해에 비해 극히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올해입니다. 지난해를 보면 2005년에 거의 두배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도토리가 생산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번식도 활발했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지난해에 많은 도토리가 맺힌만큼 올해는 도토리가 부족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올해는 휴년기로 원래 열매가 적은데다 우기까지 많아 성한 열매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극심한 먹이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인거죠.
멧돼지의 도심출몰에 딱히 뾰족한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시내에 나타나는 녀석들을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소극적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먹이가 부족한 해에 서식지에다 먹이를 살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만은 할수 없습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끼어들어 먹이를 주게 되면 자칫 생태적 균형이 깨져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연구자들은 일단 서울 인근 멧돼지들의 서식처와 활동반경, 이동 통로등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축적한 뒤에 이들이 도심으로 내려오지 않게 차단하고, 먹이가 있는 다른 야산쪽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펜스을 설치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 어쨌거나 저쨌거나 멧돼지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강북과 중랑, 노원입니다.
이 지역은 좌로는 북한산, 우로는 아차산을 끼고 있기 때문이죠.
그나저나 바로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혜화도봉라인이 올 가을 멧돼지를 따라 같이 바빠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허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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