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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사고 파는 수행평가…"죄책감 없어요"

<8뉴스>

<앵커>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신정아 씨 사건의 뿌리는 거짓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건데,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신뢰사회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오늘(8일)부터 점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돈으로 사고 파는 수행평가의 일그러진 모습을 하현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입니다.

[수행평가를 베끼거나 남의 힘을 빌려서 제출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손 들어볼래요?]

놀랍게도 40여 명의 학생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학생 : 가족 중에 엄마나 언니가 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경우에는 자기가 하는 것보다 (부탁해서 제출하는게) 점수도 더 잘 받을 수 있고..]

[학생 : (수행평가) 다 베끼는데요. 친구꺼 베끼기도하고..숙제해주는 사이트 같은 것도 있어요. 인터넷에..]

돈으로 과제물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돈 5백 원에 독후 감등을 다운로드할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그림이나 공작물을 대행해주는 학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수채화는 최고 7만 원, 독후감은 A4용지 한장당 1만 원등 일종의 시세까지 형성된 실정입니다.

수행평가 대행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김모 씨.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광고글을 올렸는데 대행의뢰가 넘쳐 스스로도 놀랐다고 털어놓습니다.

[김모 씨/수행평가 대행 아르바이트  : 가족신문, 영어신문 같은 것은 3만 5천 원 정도 하고, 개학시즌 1주일 전쯤에는 (의뢰가) 하루에 15개, 많을 때는 20개씩도 들어오고..]

돈을 주고 과제물을 사는 행위는 분명 학교와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생, 학부모들은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학생 : 당장 성적이랑 연결되니까 점수 잘 받으려고..친구들이 거의 다 그렇게 해요. 죄책감 같은 건 없죠.]

[대행 아르바이트생 : ((학부모들이) 죄책감이나 거리낌은 있어요?) 전혀 없어요. 전화해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너무 잘 썼다고 또 부탁한다고 하시고..]

이러다보니 정작 학생 자신의 힘으로 해낸 과제물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김남훈/현직 교사 : 결과 중심의 어떤 인격이 만들어지지 않을가 하는 부분이 염려가 됩니다. 지금 소위 말하는 학력위조 문제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고요.]

수행평가가 도입된 지 이제 9년째.

결과를 위해서라면 과정따위는 무시되도 좋다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 학력위조나 논문표절 같은 거짓말 신드롬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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