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비정규직법이 8일로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 노사정은 물론 국민 모두가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정규직을 사회 안전망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일각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며 전면적인 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다 비정규직 문제의 아이콘으로 부각된 이랜드 사태와 KTX 여승무원 장기파업 사태 등으로 인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노사 시각차 '여전' = 7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비정규직법은 법안 상정 후 2년만인 지난해 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 7월부터 시행됐지만 노사간 논란은 사실상 법 제정 이전의 원점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은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도입이 반영되지 않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됨으로써 비정규직이 합법화되고 기업의 집단해고와 무분별한 외주화 등으로 오히려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등은 정규직 근로자의 임신, 육아휴직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만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간제 사용사유제한'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비정규직법은 이에 역행하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으며 기간제 근로자의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자리만 감소시킬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영계는 비정규직 고용허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제의 경우 법에 명시된 금지사항만 위반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법의 핵심 중 하나인 차별시정제도를 놓고도 노사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회사의 압력과 해고에 대한 불안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선뜻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노조도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노조가 차별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차별시정 신청이 과도하게 제기돼 노사간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노동시장 효과 긍정·부정 '교차' =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긍정적인 효과와 외주화 등의 편법을 동원,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는 부정적 효과가 교차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정규직 임금 동결을 전제로 개인금융서비스와 사무직군 등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노사합의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도 정규직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분리직군제 도입 등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직무 또는 직군을 분리해 '중규직(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병원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분의 약 3분의1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무분별한 외주화나 계약 해지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기업들의 사업장에서는 노사간 갈등이 첨예하게 빚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말부터 본격화된 이랜드 사태의 경우 사측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촉발돼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법 안착 후 보완' vs '전면 개정' = 비정규직법을 놓고 노사정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 안팎에서는 비정규직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과 일정 기간 시행후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쪽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은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아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의 또다른 축인 한국노총과 노동부, 경영계 등은 일단 법을 안착시키는데 주력한 뒤 이 과정에서 법의 미비점들이 발견되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법 개정에 나서면 현행 법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 등을 고려할 때 단시간에 법 개정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비정규직이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채 방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노사정 보완책 마련 '공감' =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지만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보완책으로는 외주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적용,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비정규직을 고용한 중소기업 등에 대해 세금 및 4대 보험을 감면해주는 등의 방안 등이 있다.
또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허가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제에 대해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보완책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허가기간을 3년으로 정하려 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2년으로 줄었고 파견제도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노동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임금체계를 연공서열주의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직무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법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의 산물이다"며 "재계는 물론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인내를 갖고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부도 법 시행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보완책을 마련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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